18명이 보안검사 없이 비행기 탔는데… 감독자 '근무지 이탈' 은폐 정황

입력
2023.10.24 17:30
4월 제주공항 '보안검사 미실시' 사고
공사 소속 감독자 '근무지 이탈'로 수습 늦어
당사자 및 상급자가 작성한 문서에는 누락

지난 4월 제주공항에서 발생한 보안검색 미실시 사고와 관련해 한국공항공사 책임자의 '근무지 이탈'이 사고 수습 실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가 작성한 자체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는데, 빈번한 공항 보안사고 배경에는 심각한 공사 직원들의 기강 해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공항공사 특정 감사 결과' 자료에는 당시 사고 발생 경위가 상세히 담겨 있다. 지난 4월 5일 제주공항에서 금속탐지기 1대의 전원이 8분간 꺼지는 바람에 31명이 보안검색을 받지 않았고, 이 중 18명이 최종적으로 아무런 검색 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기내 난동 등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항공사고는 단 한 번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초동 대응이 늦어진 것은 공사 소속 보안검색 감독자 A씨가 현장에 없었던 영향이 컸다. 자회사 소속 보안검색 요원이 전원 차단 사실을 인지한 뒤, 자회사 소속 현장감독과 팀장에게는 즉시 보고가 이뤄졌다. 이들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해당 검색대를 통과한 31명을 바로 확인했다.

하지만 현장에 없던 A씨에게 보고가 이뤄진 건 전원 차단 인지 10분 뒤였다. A씨는 CCTV를 다시 확인하느라 21분이 지난 뒤에 사고를 윗선에 보고했다. A씨가 처음부터 자회사 직원들과 CCTV를 함께 봤다면 필요하지 않았던 절차다. 결국 모든 탑승구 입구에서 신체검색을 하도록 지시가 내려진 시점은 사고 인지 57분 뒤였다. 조치가 더 빨랐다면 13명보다 많은 탑승객에게 보안 검사를 실시할 수 있었던 셈이다.

A씨는 사고 당시 정상적인 근무지인 보안검색장이 아닌 감독사무실에서 26분간 머물던 중이었다. 공항 관계자는 국토부 감사관실에 "감독사무실은 검색대 끝 부분에 있고, 사방이 차단돼 있고 CCTV도 없어 외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보안검색 감독자는 부득이한 상황 외에는 감독사무실에 있어선 안 된다"고 진술했다. 국토부 항공보안정책과도 "감독사무실에서 대기하는 것은 현장에 배치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토부 감사관실은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윤형중 공사 사장에게 경고 조치를, A씨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근무지 이탈'은 A씨가 작성한 근무일지와 담당 부장이 작성한 '항공보안 사고 보고'에는 담겨 있지 않았다. 국토부 감사가 실시되지 않았다면, A씨에게 이 같은 징계가 내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 2020년부터 현재까지 보안검색 사고로 징계를 받은 자회사 직원은 21명에 달하는 반면, 공사 소속 직원 징계 건수는 1건에 불과했다.

박정하 의원은 "보안검색 감독자가 근무지를 이탈한 것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공항공사의 전반적인 보안 점검이 시급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