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실태를 조사하고 저감 기술을 지원해온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악취관리처가 이달 초 폐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악취관리처 산하 부서들은 다른 조직으로 이관돼 뿔뿔이 흩어졌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악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정부가 정작 악취 컨트롤타워는 '공중분해'시킨 셈이다.
24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환경공단은 이달 2일 악취관리처를 폐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2016년 12월 만들어진 악취관리처는 공단 내에서 악취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악취 관리는 공단의 핵심사업 중 하나로, 악취관리처 아래 △악취기술지원부 △악취진단 1, 2부 △악취분석부가 배치돼 실태조사와 저감기술 및 정책 지원, 악취물질 측정·분석 등의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악취관리처가 폐지되면서 이들 부서는 해산됐다. 악취기술지원부는 대기환경처 소속으로 옮겼다. 악취진단부와 악취분석부는 아예 간판이 바뀌어 권역별로 분산됐다. 악취진단부 기능은 부울경·전북·수도권 동부 환경본부 아래 환경진단부로 이관됐고, 악취분석부는 충청권 환경본부 아래 환경분석부로 옮겨졌다.
공단 측은 "악취관리처의 기존 기능은 유지되고 있고, 출장 거리 단축 등 업무 효율화를 위해 일부 부서를 권역별 환경본부로 이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단이 악취관리처 신설 이후 악취 문제 집중 대응을 적극 강조해온 데다, 지자체가 '각개전투' 식으로 대응해온 방식을 민원 접수부터 사후관리까지 일관되게 개선하기 위한 전국 단위 악취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조직개편 방향이 되레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은 2016년 악취를 가뭄, 녹조, 미세먼지, 싱크홀과 함께 국민 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5대 환경 난제'로 선정했다. 올 4월에는 환경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지방자치단체와 검사기관에 흩어져 있는 악취 정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악취관리처가 폐지되면서 업무의 명확한 정체성이나 전문가 양성 기능이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5년 구축이 목표인 악취통합관리시스템 사업도 기획 단계부터 지연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박정 의원(더불어민주당)실이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공단은 △악취민원관리시스템 구축(1단계, 2023년) △악취배출사업장 관리시스템 구축(2단계, 2024년) △악취모니터링시스템 구축(3단계, 2025년)을 통해 지역별 악취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악취 문제가 심각한 지역에 행정력을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기획 및 용역 발주 단계에서 2~3개월 사업이 지체돼, 지금까지도 용역을 수행할 사업자를 '모집 중'이다. 2단계에 해당하는, 악취배출사업장 검사 결과를 수집해 공개하는 절차는 법적 근거도 미비한 상황이다. 공단 관계자는 "민원관리시스템을 먼저 구축한 뒤, 검사 결과 공개를 위한 법 개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