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배구, '항저우 참사'에도 예상 밖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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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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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실내스포츠의 대표 프로농구와 프로배구가 관중몰이에 성공했다. 이제 시작이긴 하지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성적 부진이 개막부터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를 깬 예상 밖의 분위기다.

KBL(한국농구연맹)은 23일 2023~24시즌 프로농구 개막 주간에 펼쳐진 6경기에 총 3만437명의 관중이 몰렸다고 밝혔다. 전 시즌 같은 기간(2만847명)에 비해 약 1,000명 늘어난 수치다. 경기당 평균 관중 기준으로도 2017~18시즌(5,105명) 이후 가장 많은 5,073명이 농구장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20시즌 개막 주간 평균 관중(4,573명)보다 약 500명 많은 수치로, 농구 열기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사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농구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프로 선수들을 내보내고도 역대 최저 성적인 7위로 대회를 마무리 지었기 때문이다. 특히 2~3군 급 선수단을 내보낸 일본에도 패하자 농구팬들은 KBL리그를 ‘우물 안 개구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팬들의 애정은 식지 않았다. 오히려 부산 KCC가 ‘슈퍼팀 결성’과 ‘연고 이전’ 등으로 높은 관심을 받으며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실제로 22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KCC의 홈 개막전에는 8,780명이 방문했다. 개막 주에 펼쳐진 한 경기에 8,000명 이상이 몰린 건 2006년 10월 1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 부산 KTF(현 수원 KT)의 경기(1만1,848명)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개막일이었던 21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디펜딩 챔피언 안양 정관장과 지난 시즌 준우승팀 서울 SK의 맞대결에도 4,210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배구 역시 항저우 대회에서 남자 7위, 여자 5위에 그쳤지만, 프로배구 흥행에는 별다른 영항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시즌 개막 후 23일 현재까지 치러진 8경기에 △남자부 총 1만7,752명(평균 2,219명) △여자부 1만9,990명(평균 2,499명)의 관중이 몰렸다. 남자부는 지난 시즌(1만3,136명)에 비해 4,000여 명 늘었고, 여자부는 지난 시즌(2만581명)에 비해 약 600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아시아쿼터 도입 등이 팬들의 관심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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