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에 시달리는 보육교사... 5명 중 1명 아동학대 의심 경험

입력
2023.10.23 16:00
의심자 중 36%는 신고까지, 처벌률 4.6%
의심 신고된 이들의 60% 폭언·폭행당해

어린이집 종사자 5명 중 1명은 아동학대로 의심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36%는 신고까지 됐지만 실제 처벌된 비율은 5%에 못 미쳤다. 보육 교직원에 대한 학부모의 의심과 처벌 요구가 남발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아동권리보장원 등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 앞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아동학대 신고 사례 설문조사' 결과다. 설문조사에는 어린이집 원장(1,565명)과 담임교사(2,675명)를 비롯해 보조교사(674명), 조리원·운전기사(97명) 등 5,089명이 참여했다.

'아동학대로 의심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1,098명(21.6%)이었다. 이 중 395명(36%)은 신고까지 당했다고 답했는데 처벌 비율은 4.6%로 나타났다. 나머지 95.4%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처벌률은 낮아도 아동학대로 신고된 보육교직원 중 388명(98.2%)은 업무에 지장이 있었다고 했다. 245명(62%)은 근무 중 폭언·폭행까지 경험했어도 10명 중 7명(71.4%)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언·폭행 행사자는 대부분 원아의 학부모(87.3%)와 친인척(17.3%)이었다.

보육교직원들은 교사 대 아동 비율 조정, 아동학대 의심 신고 이후 사건 종결 때까지 어린이집 정상 운영 및 보육교직원 정보 노출을 막기 위한 비밀 유지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최근 보육교사가 학부모에게 인분 기저귀로 폭행을 당한 황당한 일도 발생했다"며 "보육교사가 보육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교권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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