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언휘(60·박언휘종합내과 원장) 대구여성문인협회 회장에게 2023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다. 지난해 여성문인협회 회장을 맡은 후 자체 행사로만 진행하던 시화전시회를 시민들을 위한 지역 행사로 발돋움시킨 때문이다.
지난 7일 오후 1시 대구 동구 아양공원 아양기찻길에서는 '제11차 아양기찻길시화전시회'가 열렸다. 공원 입구 인도 한쪽 편에는 여성문인협회 회원들이 낸 시화 100여 점이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 지역 국회의원들이 축사를 맡았고, 문화계 관계자 등 참석한 이들만 160명이 넘었다. 시화전에 이어 현장에서 즉석 거리공연도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참가자들의 시화작품 소개에 이어 박 회장도 자신의 고향인 울릉도에 대한 사랑을 담은 '달밤'을 낭송했다. 성악가가 그의 시 2편으로 만든 가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전시회에 출품된 시화는 총 100여 점으로 모두 거리문화환경 조성의 일환으로 높이 1m 정도의 전시판에 전시됐다. 지역 출신 시인들에게는 대중과 만나는 소중한 기회의 장이 되었다.
박 회장은 지역 문인회의 활동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이런 큰 행사를 기획했다. "문학은 대중과 꾸준히 소통해야 합니다. 동구청에서 도움을 줘서 시화전을 시민들의 행사로 치를 수 있었습니다."
박 회장은 문인협회 활동을 이어온 지 20년이 넘었다.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던 즈음 시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은 것이 계기가 되어 시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14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마음을 잡지 못해 힘들었어요.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고서는 잠이 안 올 정도였어요. 누군가 시 한 편을 선물해주었는데, 읽어보니 제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었습니다. 약보다 더 좋은 치료제를 발견하고는 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시인의 길에 접어든 그는 6년 전 자비를 들여 대구의 시인들과 함께 '시인시대'라는 계간지를 만들었다. 실력 있는 시인들과 지역 문화계의 도움을 받아 운영했다. 계간지는 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검증된 시가 게재되는 문예지라는 평가를 받았고, 전국의 문인들이 '시인시대'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인계의 일원으로서 이번 시화전이 지역문화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