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흑연수출 통제에 이차전지 비상… 소부장 대책 또 위기

입력
2023.10.23 04:30
27면

중국이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흑연 수출을 오는 12월부터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흑연은 중국 당국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다. 지난 8월 반도체 소재인 게르마늄과 갈륨 수출 통제에 이은 조치로 사흘 전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

갈륨은 사용이 많지 않고, 게르마늄 수입처는 다양해 국내 반도체 업체에 파장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흑연은 스마트폰과 전기차의 이차전지 음극재 핵심 원료로 국내 수입의 90% 이상이 중국산이라, 배터리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는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중국 게르마늄과 갈륨 수출 통제 개시 후 8월 한 달간 중국의 수출량이 전무했다는 점에서 국내의 음극재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일본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서자, 우리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대한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 2021년에는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통제하자 공급처 다변화로 70%대에서 66.5%까지 의존도를 낮췄으나, 현재는 90%대로 더 높아졌다. 이처럼 소부장의 공급 불안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단기 대책에 그쳐 이번에도 대비 없이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갈등이 심해지고 있어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충격은 잦아지고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이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것에 대비해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이 참여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공급망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만 믿기에는 우리의 중국 소부장 의존도가 너무 높다. 지난 3년간의 실패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소부장 분야에서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