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와 협력이 유망한 분야로 미래에너지·전기차·방위산업을 꼽았다. 최근 우리나라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맺은 아랍에미리트(UAE)까지 '중동 빅3'로 불리는 이 국가들은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동 3개국 원유 의존도는 49%(수입액 기준)에 달한다. 대한상의는 한국경제인협회와 함께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로 떠난 경제사절단 139명을 뽑았다.
22일 대한상의의 '중동 주요국과의 경제협력 과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3개국과 한국의 교역량은 최근 3년 동안 61.6% 늘었다. 2019~2022년 우리나라의 대세계 교역 증가율(35.3%)을 크게 웃돈 수준이다. 국가별 증가율은 사우디 82.1%(255억4,000만 달러→465억1,000만 달러), UAE 56.2%(124억6,000만 달러→194억6,000만 달러), 카타르 27.6%(133억9,000만 달러→170억9,000만 달러) 순으로 높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세 나라로부터 수입액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가 중동 3개국으로부터 수입한 금액은 2019년 438억6,900달러에서 지난해 737억 달러로 늘었는데 이 중 원유 수입액이 2019년 299억1,100만 달러, 2022년 517억7,400만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가 중동 3개 나라에 수출한 금액도 2019년 73억3,000만 달러에서 93억7,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대한상의는 이들 국가들과 협력 유망 분야로 미래 에너지를 꼽았다. 세 나라 모두 국가 주도로 태양광‧수소산업 육성 정책을 강하게 펴는 데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토지 비용이 저렴해 재생에너지 발전 환경도 좋다.
보고서는 중동에서 열릴 전기차 시장 가능성에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3개 나라는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전기차 기업 유치와 수요 진작에 나서고 있는데 현지 생산 기지, 충전소 같은 인프라 구축 등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는 제안이다.
대한상의는 중동 지역이 분쟁이 잦고 오일머니가 풍부해 세계 최대 무기 수입 지역으로 꼽히는 만큼 세 나라의 방산시장도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대중동 무기 수출은 최근 10년 사이 10배가량 늘었는데 무기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고 무기 납품 속도가 빨라 수요가 더 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중동 3개국은 탈석유화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한국은 첨단 제조업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번 순방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의 현지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