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러시아와 각각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모두 도울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규모 지원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여론 몰이에 나선 것이다. 그의 뜻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하원의장 공백 사태로 의회가 파행 중인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여론의 피로감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저녁 황금시간대에 방영된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테러리스트(하마스)와 독재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더 많은 혼란, 죽음, 파괴가 초래된다”며 “미국과 세계가 치러야 할 비용도 커진다”고 경고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인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 무인기(드론)와 탄약을 사기 위해 이란과 북한에 눈을 돌렸다”며 북한과 이란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는 전쟁 지원 예산 확보다. 그는 “우리 핵심 파트너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긴급 안보 예산 편성을 내일(20일)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며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 안보에 도움이 될 현명한 투자”라고 말했다. “사소하고 당파적인 분노의 정치가 위대한 나라인 우리의 책임 수행에 방해가 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며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책정에 반대하는 공화당 강경파를 겨냥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20일 1,060억 달러(약 143조 원) 규모의 안보 예산을 의회에 정식으로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액 614억 달러와 이스라엘 지원액 140억 달러, 중국의 위협을 받는 아시아 지역의 군사 지원 예산과 미국 국경 보안 강화 예산도 포함됐다.
전망이 밝지는 않다. 의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미국 연방정부 예산안 발의 권한은 하원에 있는데, 2주 넘게 의장 자리가 공석이다. 다수당인 공화당이 내분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공백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기를 든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다만 “공화당 의원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이 못마땅하더라도 패키지로 묶여 있는 이스라엘 지원 때문에 반대투표를 하기 힘들 것”(미국 워싱턴포스트)이라는 전망도 있다.
내년 11월 대선에서 대통령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19일 공개된 7개 경합주(州) 유권자 대상 블룸버그통신 여론조사에서 그는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오차범위 이상인 4%포인트까지 밀렸다. 경제는 물론 전문성을 자부하는 외교 정책에 대한 평가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