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선을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고 최근 둔화된 지표도 신뢰 구축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게 주요 배경이다. 9월 소매 판매가 예상을 뛰어넘은 데다 전쟁으로 미 국채 발행이 늘 것이란 관측도 영향을 미쳤다. 현 고금리와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은 더 굳어졌다.
전 세계 장기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뿐 아니라 회사채 금리도 상승,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 주담대 금리(30년 만기)는 2000년 이후 처음으로 8%선마저 뚫었다. 채권 대비 주식의 매력이 떨어지며 글로벌 증시도 몸살이다. 코스피도 7개월 만에 2,400선을 내줬다.
이젠 7% 금리 시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하고 가계와 기업, 정부가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무엇보다 사상 최대인 가계부채(1,877조 원, 3분기 추정)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 개인은 빚을 내 주택 매수에 나서는 데에 신중해야 한다. 뒤늦었지만 정부도 대출 규제를 더 조이는 게 마땅하다. 기업도 2,706조 원(6월 기준)을 넘은 빚 규모를 감안, 유동성 위기와 금융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행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이창용 총재는 19일 현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금리가 다시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란 생각엔 경고를 드린다”고 강조했다. 본인 능력을 벗어난 부동산 투자는 자제하란 이야기다. 이 총재는 3월, 8월에도 같은 당부를 했다. 가계부채 증가를 막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주는 금리를 섣불리 올릴 순 없는 이 총재의 고심은 이해된다. 그러나 언제까지 말로만 경고하고 말 것이냐는 쓴소리도 들린다. 물가와 가계부채를 잡을 타이밍을 실기해선 곤란하다. 길고 추운 겨울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