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아흘리 아랍 병원 폭발 참사는 누구의 소행일까. 참사 발생 사흘째인 19일(현지시간)에도 실체는 규명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471명이 사망했다"는 팔레스타인의 주장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오폭이고 사망자도 부풀려졌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이 맞선다. 양측은 사진, 영상 등 각종 증거도 제시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19일 "미국이 수집한 모든 자료를 기반으로 이스라엘은 폭발에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지만, 아랍권은 불신한다.
참사 현장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전 세계 언론들도 미확인 정보들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 방송은 폭발 당시 병원 상공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오후 7시 어두운 하늘을 가르며 고도를 높이던 비행체가 빛을 뿜으며 방향을 급하게 바꾼다. 곧이어 병원에서 두 차례 폭발이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병원 발전기와 (인근에 설치돼 있던) 로켓 발사대를 터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보복으로 가자지구에 수천 발의 미사일을 쏟아부은 터였다.
반면 미 국방부는 “적외선 영상 확인 결과 발사 지점이 이스라엘 군사기지 방향이 아니었다"고 했다. 미 뉴욕타임스와 영국 BBC방송 등 서방 언론들도 해당 영상을 본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고의 타격으로 보기 어렵다"며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PIJ)의 로켓이 시스템 오류를 일으킨 것"이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안드레 개넌 미국 밴더빌트대 교수는 “폭발 규모가 크지 않았는데, 이는 탄두가 터진 게 아니라 남은 연료가 탔기 때문”이라며 "하늘에서 섬광이 보인 건 엔진이 과열돼 작동을 멈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폭발흔 등 참사 현장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것도 논란을 키웠다. 차량 10여 대가 전소되고 바닥이 일부 파인 병원 주차장과 붕괴된 병원 내부, 시신들, 피흘리는 부상자 등의 사진이 현지 취재 중인 AP통신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보도됐다.
이스라엘은 “수백 명의 희생자를 냈다고 하기엔 사진상의 피해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레일리아전략정책연구소의 네이선 루저 연구원도 “이스라엘군이 통상 쓰는 합동정밀폭격탄(JDAM) 등의 미사일은 강력해서 피해 반경이 약 400m에 달하지만, 사진에는 폭발 지점에서 약 20m 떨어진 건물도 미미한 피해만 입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PIJ의 단거리 곡사포를 지목했다. 그러나 무라트 아슬란 튀르키예 정치경제사회연구재단 선임연구원은 “그렇게 많은 희생자를 낼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라고 튀르키예 아나툴로 통신에 말했다. 폭발 이후 화재로 희생자가 늘었을 가능성은 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 소속 정보 분석가인 블레이크 스펜들리는 "화재로 인한 피해가 폭발 자체로 인한 피해보다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병원에는 부상자와 가족, 희생자의 유족, 피란민 등이 잔뜩 몰려 있었다.
미사일 파편을 분석하면 누가 쏜 것인지가 보다 조속히 밝혀지겠지만, 현재로선 조사할 주체가 사실상 없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조직원 2명의 통화 내용을 감청한 것이라며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파편이) 이스라엘이 아니라 우리 것이다", "병원 뒤쪽 묘지에서 쐈는데 불발되면서 떨어졌다”는 대화가 나온다. 팔레스타인 측은 하마스가 감청에 대비해 일반 전화를 거의 쓰지 않고 말투도 어색하다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계 언론들도 양측에서 쏟아져 나오는 주장들 사이에서 혼선을 겪고 있다. 정보 접근이 제한된 탓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서방 기자들이 가자를 떠났고 물, 식량, 전기 부족으로 남아 있는 기자들도 제대로 일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폐쇄적인 가자의 특수성상) 목격자의 증언을 받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전쟁에선 거짓 프로파간다(선전)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