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1일부터 4박 6일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국빈 방문한다.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 방한 당시 29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양해각서(MOU) 및 투자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중동과의 경제협력 분야를 미래산업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제협력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격랑에 빠진 만큼 안보 정세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9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24일 사우디 리야드를, 24, 25일 카타르 도하를 국빈 방문한다"고 밝혔다. 역대 대통령 중 사우디와 카타르 국빈 방문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 및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정상회담 외에 △한·사우디 경제인 투자 포럼 △한·사우디 미래기술파트너십 포럼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 △도하 국제원예박람회 한국관 개관식 △한·카타르 비즈니스 포럼 등 경제 일정을 소화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의 경제 외교 키워드를 '중동 2.0'으로 꼽았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탈탄소 기반 중동 2.0으로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며 "전통적 협력 분야와 함께 전기차, 조선, 스마트팜,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 지평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메가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의 진출을 지원하는 인프라 협력 고도화,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 등 불확실한 환경 속 원유, 가스의 안정적인 공급 방안을 논의하는 에너지 안보 강화도 핵심 과제다.
사우디 순방엔 130명, 카타르 순방엔 59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사우디 사절단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등 주요 그룹 대표들이 포함됐다.
중동 정세도 중요한 의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두 나라가) 계획한 대로 와줬으면 좋겠다는 강한 입장을 먼저 피력해 순방 확정까지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면서도 "다만 지역정세가 불안정한 만큼 양국이 실질협력 문제를 복잡한 정세 속에 어떻게 냉철하게 서로 이해하고, 또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공통 이해분모를 찾아가는가에 대해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발신할지에 따라 우리의 중동 외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외교부는 이날 팔레스타인 지역 등에서 피해를 입은 민간인을 돕기 위해 200만 달러(27억여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에둘러서라도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수교를 추진하면서 '데탕트 시대를 열겠다'고 한 것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밝히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서도, 두 나라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매개로 중동 국가들과 한국이 어떻게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들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