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에 “민주당 탓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초래된 위기 상황에서 야당의 발목 잡기에 묶여 있지 말고 민심을 먼저 챙기라는 얘기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대통령이 말한 민심은 중도층을 뛰어넘어야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척점에 있는 야당과의 대화도 필요하다는 점을 윤 대통령은 명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연일 여당과 대통령실 참모진에게 국민을 바라보고 민생을 챙기라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나도 어려운 국민들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고 했다. 선거 패배 이후 여당의 수습 국면을 지켜보던 윤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민심부터 챙기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특히 민주당 탓을 하지 말라는 건, 그간 국민의힘이 여소야대를 명분으로 민심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질책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최근까지 국민의힘은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기대어 야당 공격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이렇다 할 정책과 이슈를 주도하지 못했다. 이는 ‘반국가 세력’ 척결을 주장한 윤 대통령의 화살이 야당에 꽂혀 있다고 판단한 탓이 크지만, 결과적으로 민심 이반이라는 부메랑을 맞았다.
'국민은 옳다'는 윤 대통령의 승부수는 방향성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다. 단순히 현장에서 시민들과 사진 찍고 지지층의 환호를 듣는 수준에 그친다면,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힘들 것이다. 국민 누구나 “바뀌고 있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데, 야당과의 대화만큼 상징적 메시지는 찾기 힘들다. 더구나 지금 떠난 민심을 등에 업은 게 야당이고, 그 민심을 돌려야 하는 게 윤 대통령과 여당이다. 23일부터 당무 복귀를 예고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민생현안 집중 해결"을 얘기했다. 윤석열 정부를 살리는 일이 야당 대표가 어떤 사람이냐는 문제보다 중요하다는 수준의 위기감을 갖고 있다면, 야당을 향해서도 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