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엔서 "탈북민 북송 끔찍" 외침에 못 들은 척 '무시 전략'

입력
2023.10.19 17:00
한국, 유엔총회 제3위원회서 중국 겨냥해
"탈북자 강제 북송 우려... 중단하라" 요구 
중, 국제사회 주목도 피하려 '최소 대응'만

중국이 탈북민 강제 북송을 중단하라는 한국 정부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탈북민 북송 문제가 국제적으로 부각되는 상황 자체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무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황준국 주(駐)유엔 한국대사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 일반토의에 참석해 탈북자 문제에 대한 중국 태도를 정면 비판했다. 황 대사는 "목숨까지 걸고 고된 여정에 나선 탈북자들이 강제 송환되는 상황을 목격해 끔찍하고 비통하다"며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사형 등 직면하게 될 참상에 대해 극히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과 관련된 이런 중대한 사태가 발생한 데 강력히 항의한다"며 "강제 북송 사태가 재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 인권 단체 북한정의연대는 북한과 인접한 중국 랴오닝성과 지린성에 억류됐던 탈북민 600여 명이 강제 송환됐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도 "구체적인 규모는 확인할 수 없지만, 다수의 북한 주민이 북한으로 송환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밝혔다. 탈북민 강제 송환 주체가 명시되진 않았으나, 중국 정부의 조치 결과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무슬림 인권 문제엔 큰소리 반박...탈북민 지적엔 침묵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황 대사 언급에 대해선 아무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그보다는 중국 정부의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 무슬림 인권 탄압 의혹과 관련, "유럽 등 서구가 꾸며낸 이야기로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는 데 집중했다.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만 하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탈북민 북송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로키 대응'으로도 일단 충분하다는 게 중국 측 판단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북송 여부 확인해 주는 경우조차 드물어"

앞서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대규모 탈북민의 강제 북송이 사실인지 묻는 질문에 "불법 입국 조선인(북한인)에 대해 중국은 책임 있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지난달 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한 한덕수 국무총리도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를 제기했는데, 시 주석은 "불법 입국자를 국내·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국제사회에선 1951년 체결된 '난민 지위에 관한 조약'(농 르풀망 원칙)에 따라 난민 강제 송환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경제적 상황 때문에 중국에 입국한 '불법 체류자'로 규정하고 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난민 지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탓에 중국과 탈북민 문제를 둔 협력 자체의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라며 "북송 여부를 알려 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이를 확인해 주는 전례조차 거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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