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1%에 못 미치는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보험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도 시큰둥한 분위기다. 특히 실효성 있는 변화를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 통과와 함께 수의업계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펫보험 시장 진출을 고민하고 있는 생명보험사는 삼성화재와 함께 지분투자 방식으로 간접 진출을 꾀하는 삼성생명뿐이다. 한화·교보생명 등 다른 대형 생보사의 경우 별도로 펫보험 전문 자회사 설립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손해율이 워낙 높은데 수가 표준화가 되지 않아 변동성까지 큰 게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계속 보험업계가 펫보험 시장에 관심이 많다고 홍보하는데, 사실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손보업계에서도 골칫거리인 상품인데 굳이 생보업계가 대규모 투자비를 들여 전문 자회사를 만들려 들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어차피 시장 진출이 늦었으니 굳이 무리해 들어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1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공개한 펫보험 활성화 방안은 반려동물 등록제 의무화, 진료항목 표준화, 펫보험 전문 보험사 시장진입 허용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금융위는 현재 펫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손보사 11곳에 더해 더 많은 보험사들이 시장에 뛰어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수는 지난해 기준 약 800만 마리에 달했는데, 보험 가입률은 0.9%에 불과했다. 각각 25%와 12.5%에 달하는 영국, 일본과 차이가 크다.
펫보험에 시큰둥하긴 반려인들도 마찬가지다. 높은 보험료에도 불구하고 보장 수준이 만족할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A씨는 "소형견이라 선천적으로 슬개골이 약한데, 보험 상품을 알아볼 당시 이 부분은 아예 보장이 안 된다고 하더라"며 "반려견 나이가 7세가 넘으니 월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만 10만 원이 넘어 아예 가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반려묘 두 마리를 키우는 B씨도 "보험료는 비싼데 진짜 필요한 질병에서는 보장률이 낮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불확실성이 커 상품이 다양해지더라도 딱히 가입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수의업계도 펫보험에 부정적이다. 펫보험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진료내역·진료비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 진료항목과 수가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현재는 동물병원마다 진료항목이 다르고 가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의업계는 진료부를 공개하면 수의료 체계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세한 진료 정보가 공개되면 수의사 처방 없이 동물약품을 구매해 자가진료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반발에 진료부 발급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의사법 개정안은 5건이나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현재로서는 법안 통과의 동력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이 의료계 반발로 14년이나 공전한 것을 생각하면, 펫보험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수의사법 개정안도 순순히 통과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