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마약류 중독이 의심되는 의사들이 아무 제약 없이 진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면허가 취소된 의사들이 마약류를 불법 처방하는 사례도 만연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아 의료서비스 질 저하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한 달여 실시한 보건복지부 정기감사에서 부적격 의료인의 의료행위에 대한 관리 소홀 문제 등 12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20년 이후 치매와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은 의사는 172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치료 도중에도 진료를 계속한 120명은 최소 43만6,845건의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정신과 전문의 A씨는 2019년부터 38개월간 치매 치료를 받으면서 6,345건의 진료를 했다. 2021년부터 18개월간 치매 치료를 받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B씨는 같은 기간 2만3,513건의 의료행위를 했다. 일반의 C씨는 30개월간 조현병 치료를 받으면서 4만9,474건의 진료를 했다.
이들이 아무 제약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관련 법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이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정신질환자는 '망상, 환각, 사고, 기분의 장애 등으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만 정의돼 있어 의료인 결격 여부 판단에 한계가 있다.
마약류 중독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의료법에는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로만 규정돼 있어 중독자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다. 의사 1명이 3년간 142회 마약류를 투약한 경우에도 복지부는 의료인 결격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의사·간호사 3명은 펜타닐 등에 중독돼 치료보호 이력이 있음에도 면허가 취소되지 않았다. 심지어 마취과 전문의 1명은 치료보호 기간에도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정신질환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 사례는 2017년 조현병을 자진신고한 간호사 1명뿐이며, 마약류 중독 의료인의 사례는 없다.
복지부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의사가 3년마다 자신이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신고하도록 2016년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문제는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올해 5월 감사 종료 시까지 개정안이 최종적으로 시행령에 반영되지 않았고, 법령 개정조차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관리·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의사들은 본인에게 마약류 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최근 4년간 본인에게 마약류를 투약·처방한 의사들은 3만7,417명이며, 이들의 관련 처방 건수는 11만8,416건에 이른다. 본인 처방 횟수가 연간 50회 이상인 의사는 44명이며, 이 중 12명은 연간 100회 이상에 달했다.
복지부의 의료인 관리 부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복지부는 검찰로부터 사망 의료사고를 낸 뒤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의사의 입건 사실을 통보받고도 처분 시효를 넘기는 등 24명에 대해 처분 없이 내부종결했다. 의사가 경제적 어려움 등을 호소하는 경우 면허 취소 등 처분 시작일을 임의로 늦추기도 했는데, 최근 5년여간 총 1,999건의 행정처분 중 1,848건이 해당할 정도로 만연했다. 복지부가 의사들과 짬짜미로 편의를 봐준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의료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들의 불법 행위도 복지부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최근 5년간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의 24%에 해당하는 264명은 면허 취소·정지 기간에 몰래 비급여 진료를 하면서 3,596건의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