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소주성) 통계 조작 의혹’으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통계청이 국정감사장에서도 '부실한 해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이 제대로 된 사실 관계도 파악하지 못한 채 책임 회피성 답변을 했지만, 여야는 정쟁에 몰두하느라 통계청 답변의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
감사원의 중간 감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소득이 2010년 이래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오자 표본 탓을 하며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새로운 가중값을 곱해 소득을 높였다. 같은 해 3분기, 4분기에도 같은 방법으로 가계소득을 높였다. 2018년 1분기엔 소득분배율을 뜻하는 ‘소득 5분위 배율’ 가집계 결과가 높게 나오자, 이를 낮추기 위해 10번 이상 가중값을 조정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지난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이렇게 해명했다. “가계동향조사 가중치 변경 자체는 통계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이례적이다.”, “가중값 변경 결재는 당시 과장 전결로 위임된 만큼, ‘청장 패싱’ 논란은 감사 최종 결과를 두고 봐야 한다.” 가중치 변경을 문제 삼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계청 설명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①가계동향조사 가중값 적용에 대해 통계청은 “가중값 변경은 이론상으로 맞다”, “2017년 1분기보다 2분기 때 불응률(응답하지 않은 비율)이 높아져 가중값을 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계청에서 가중값을 적용하는 건 △무응답 항목 △사후 가중치 △설계 가중치 3개뿐이다. 가계동향조사 조작 의혹 건은 이미 위의 3개 가중값을 적용한 후 아예 새로운 가중값을 추가로 적용했던 상황이라, 이론적으로도 맞다고 보기 어렵다. 2017년 2분기 불응률이 1분기보다 높았다는 입장도 오류가 있다. 2분기 불응률(27.2%)이 1분기(27.6%)보다 오히려 낮았기 때문이다.
②가중값 변경 후 황수경 전 통계청장 승인을 받지 않아 ‘청장 패싱’ 논란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이형일 통계청장은 “청장 승인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 결과 작성방법의 변경은 국장·과장에 위임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중값 변경은 '결과 작성방법 변경'이 아닌, '표본설계 변경' 지침을 따르는 게 맞다. 이 지침에 따르면 '표본 관련 부서(표본과) 의견 조회→위임전결을 받은 통계조정과장 승인→고시'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2017년 복지통계과는 첫 단계인 표본과 의견 조회 과정에서 새 가중값 적용을 거절당하자 "너는 이제 빠져"라고 답하고, 복지통계과장 승인 하에 새 가중값을 추가했다. 관련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니 최종적으로 "모든 통계 작성 결과 보고 및 대외 공표는 청장이 직접 받는다"는 결과보고 규정을 지킬 수도 없었고, 지키지도 않았던 셈이다.
③통계청은 “2017년 당시 가계동향조사의 원자료와 가중값 등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이를 재현해 계산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감사원이 추가 가중치를 넣지 않은 소득 통계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감사원 자체 계산 결과"라면서 재계산은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감사원 디지털 포렌식(증거 수집 및 분석) 결과, 통계청 컴퓨터에는 재계산에 활용할 수 있는 원자료와 당시 적용된 가중치들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