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얼굴에 생긴 검은 깨? 고양이 여드름(턱드름)

입력
2023.10.19 09:00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대백과]의 저자인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이번에는 예쁜 고양이 턱에 여드름이 생기고 털까지 빠져서 고민인 보호자분이 사연을 보내주셨네요.

위 사진을 보면 사람의 블랙 헤드(blackhead)처럼 턱 밑에 검은깨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듯한 형태가 보이는데요. 이는 ‘턱드름’으로 불리며 고양이에서 상당히 흔하게 나타납니다. 실제 이 질환의 정식 명칭은 ‘고양이 여드름(feline acne)’입니다.

고양이 여드름(턱드름)이란?

고양이 여드름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모낭(털주머니)의 피지선에 염증이 발생하고, 여기에 피지(기름)나 케라틴(털이나 발톱, 피부와 같은 상피 구조를 이루는 단백질)과 같은 분비물 등이 축적되면서 발생하게 됩니다. 축적된 분비물은 특징적인 검은깨 같은 병소(comedo, 면포)를 만들게 되고, 심해지면 여기에 2차 감염이 발생하면서 고름이 나오거나 탈모, 궤양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피지선이 특히 턱에 많이 분포하기 때문에 턱에 주로 여드름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고양이 여드름(턱드름) 치료 방법

일단 여드름이 발생했다면 모낭에 축적된 지루성(피지의 분비 과잉 상태) 분비물을 씻어내기 위해 약용 샴푸(피부에 도포하는 약제를 샴푸로 제작된 형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따뜻한 물로 세정하거나, 따뜻한 물수건으로 부드럽게 마사지해주면 막힌 모공이 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약용샴푸는 보통 여드름을 치료할 때 사용하는 벤조일 퍼옥사이드(Benzoyl peroxide) 같은 성분이 들어있어 각질을 용해하고, 모낭을 세정해주는 작용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벤조일 퍼옥사이드 성분이 들어있는 샴푸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용샴푸의 효과가 잘 작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5~1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샴푸를 바르고 바로 씻어내서는 안 되며, 마사지하거나 샴푸를 한 상태로 기다려 줍니다. 약욕(약물 목욕) 간격은 여드름이 심한 경우 1~2일, 통상적으로는 3~5일 정도입니다. 약욕 이후에는 꼼꼼히 말려주어야 습해진 환부에서 2차 감염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심하지 않은 고양이 여드름은 미용적인 질환이고, 약욕이나 소독제를 이용해서 환부를 부드럽게 세정하는 정도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2차 감염이 발생해서 붓고 농이 나오거나 염증이 심해진 경우라면 병원을 방문해서 먹는 항생제 처방 등의 치료를 받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고양이 여드름(턱드름) 관리방법


그렇다면 여드름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여드름의 발생 원인을 알아야 하는데요. 고양이 여드름이 생기는 이유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지루(피지의 분비 과잉 상태)나 피부 알레르기와 같이 분비가 증가되는 상황에 발생합니다. 또 그루밍 저하 등과 같이 분비물이 잘 제거되기 어려운 상황, 감염이 쉬워지는 면역 저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등에서 발생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 집사분들이 특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피부 알레르기로 인한 고양이 여드름인데요. 실제 이 원인으로 인해 여드름이 심화되는 경우가 상당히 흔합니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특히 고양이 여드름과 관련해서는 음식과 식기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고양이 턱에 여드름이 발생했다면 저 알레르기 식이를 공급하거나, 식기를 유리, 세라믹이나 도자기 같은 재질로 선택하는 것이 추천됩니다.

또 음식 성분에 문제가 없더라도 음식이나 물이 턱에 많이 묻고 습하게 유지되면 여드름이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습식 위주로 먹는 경우 고양이 턱을 잘 닦거나 건조하게 유지해 주어야 턱 밑 피부를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페르시안 고양이처럼 얼굴이 납작하게 눌린 단두종 고양이들 역시 얼굴 생김새 때문에 턱 밑에 물이나 음식이 묻고 눅눅하게 유지되기 쉬워 다른 품종에 비해 쉽게 여드름이 생길 수 있답니다. 따라서 얼굴이 납작한 고양이를 키우시는 경우에도 마른 수건 등으로 턱이나 얼굴을 부드럽게 닦아주어서 얼굴을 보송하게 관리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고양이의 예쁜 얼굴에 여드름이라니,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사연을 보내주신 집사분의 경우 환부에 털이 빠져서 더 걱정이 크실 텐데요. 병소가 깊게 형성되어 흉터를 남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털이 다시 자라니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알려드린 방법으로 잘 관리하셔서 고양이의 예쁜 미모와 피부 건강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김효진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