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지명은 '헌재 이념 변화' 신호탄... 尹임기 내 재판관 전원교체

입력
2023.10.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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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 이종석 후보자 지명 이후
중도·보수·진보 스펙트럼에도 큰 변화

이종석(62·사법연수원 15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국회 인준 절차를 통과해 정식으로 임명되면, 기관 특성상 복잡한 정치적 사건을 담당하게 되는 헌재의 이념 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유남석(66·13기) 현 소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진보 성향 법조인으로 분류되지만, 이 후보자는 뚜렷한 보수 색채를 띠는 인물이다. 헌재 소장을 포함한 헌법재판관 전원이 윤 대통령 임기 내에 물갈이된다는 점도 헌재 이념 성향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다.

법조계에선 이 후보자 지명을 시작으로 헌재에 보수색이 짙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법상 정치 관여 금지 조항이 있어 헌법재판관들은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지만, 대통령이나 정당이 개입하는 헌법재판관의 지명 절차 특성상 정치색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헌재엔 9명의 재판관이 있는데, 대통령·대법원장·국회가 각각 3명씩 지명 또는 선출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구조다. 국회 몫 3명은 통상 △여당 추천 1명 △야당 추천 1명 △여야 합의 1명으로 배분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헌재는 '진보 5 대 중도·보수 4'로 진보 쪽이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중 보수 성향이라 꼽혔던 이선애(56·21기) 전 재판관이 3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출신 이석태(70·14기) 전 재판관이 4월 퇴임했다. 대법원장 몫이었던 두 재판관의 후임으로는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형두(58·19기)·정정미(54·25기) 재판관이 임명됐다.

여기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추천을 받아 재판관이 된 이 후보자가 헌재 수장에 오르고, 유남석 소장의 후임(대통령 몫) 또한 보수 성향 인물이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된다면 헌법재판관 구성은 '중도·보수 6 대 진보 3'으로 바뀌게 된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기 위한 정족수는 재판관 6명 이상. 과거엔 합헌이 될 수 있었던 사건이 앞으론 위헌 결정을 받거나, 최근 헌재 결정이 있었던 국가보안법 찬양·고무 조항처럼 시대적 변화에 따라 위헌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던 사건도 계속 합헌 판단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헌법재판관들의 임기 만료에 따라 '6대 3' 지형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진보 성향을 보인 문형배(58·18기)·김기영(55·22기)·이미선(53·26기) 재판관은 물론, 중도·보수 성향을 띠는 이은애(57·19기)·이영진(62·22기) 재판관도 윤석열 정부 임기 중에 순차 교체된다.

이유지 기자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