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남부에 살고 있던 갈리 슐레징거 이단의 친척과 친구들은 "페이스북을 확인하라"는 이단의 메시지를 받았다. 별다른 의심 없이 곧장 페이스북에 접속한 이들은 예상치 못한 게시물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졌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혀 간 이단과 그의 가족의 모습이 43분 분량의 영상으로 생중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단의 친구 케렌 데 비아는 "어떻게 이런 장면을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는 것인지 직접 보고 있는데도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하마스가 납치된 이스라엘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빼앗아 폭력적인 메시지를 전파하고 심리전을 펴고 있다"며 "새로운 전쟁 전술"이라고 했다. 하마스는 인질의 SNS 계정에 접속한 뒤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인질의 가족과 친구들을 조롱한다.
NYT는 하마스가 도용한 이스라엘 인질의 계정을 최소 4개 확인했다. 페이스북 보안팀도 도용된 것으로 확인된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할 당시 한 노인을 살해하고 시신 사진을 그의 페이스북에 올려 인증했다는 AP통신 보도도 있었다. 하마스가 노인의 스마트폰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들은 사진을 보고 나서야 노인이 희생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무장 단체나 정치 집단이 SNS를 이용해 허위 정보나 잔혹한 콘텐츠를 퍼뜨리는 경우는 많았다. 그러나 인질 본인의 SNS 계정을 이용해 공포를 극대화하는 것은 이번 전쟁에서 새롭게 발견된 경향이다. 토마스 리드 존스 홉킨스대 전략학 교수는 "(하마스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SNS를 무기로 삼고 있다"고 했다. 하마스와 연관된 계정을 이용해 선전하는 것보다 감시망을 피하기 쉽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