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은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부결 이후 35년 만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이 부적절한 인사를 지명했다는 대통령 책임론과 대법원장 임명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사법부 공백을 초래했다는 야당책임론이 대립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대법원의 역할 중 하나를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해서 올해 6월 본회의에 부의된 노조법 제2, 3조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대법원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현행 노동조합법(이하 노조법)상 하청업체 근로자는 원청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노조법상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등'으로서, '명시적,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있어야 사용자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하청근로자는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원청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당연한 결론으로 하청근로자는 원청을 상대로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원청을 상대로 한 쟁의행위는 불법쟁의가 된다. 원청의 하청근로자에 대한 수백억 원대의 손해배상 가압류는 이러한 불법쟁의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만약 원청이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면, 반대로 하청근로자가 원청이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은 1950년대에 들어온 개념이다. 1950년대에는 현재와 같이 다층적이고 복잡한 근로관계(근로자 파견관계에서 사용사업주, 도급사업주, 모회사, 플랫폼 사업자 등)가 존재하지 않았다. 법률에 후발적으로 공백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여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될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 입법 활동과는 별개로 대법원은 이미 2010년도에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서 해석한 사례가 있다(현대중공업 사건). 법의 공백을 해석으로 보충한 것이다. 다만 위 사례는 '원청에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지'의 문제는 아니었고, '원청이 하청근로자의 노조활동에 지배·개입한 행위'에 대해 원청이 하청근로자의 기본적인 근로조건 관련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을 하는 경우였다면(이른바 실질적 지배력설) 원청에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는 것이었다.
2023년 1월 서울행정법원은 위 법리를 토대로 CJ대한통운(원청)이 대리점 택배기사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부분에 대해서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서브터미널에서 배송시간 인수시간 단축, 서브터미널 작업환경 개선 등). 첫 하급심 판결이다. 그리고 현재 대법원에는 같은 쟁점으로 하청근로자가 하급심에서 패소하여 올라간 사건(현대중공업 사건)이 5년째 계류 중이다(2018다296229).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먼저 통과될지, 대법원이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는 해석을 할지, 아니면 둘 다 이루어지지 않을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원청의 입장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노사관계, 특히 집단적 노사관계에서는 어느 한쪽을 강자와 약자로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구조적 해결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