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17명인데 비위 11건… 이 공공기관은 욕설·비리 난무하는 '정글'

입력
2023.10.19 04:30
이종배 의원,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자료 입수
따돌림·문서위조·채용비리·이메일 무단열람
"공직기강 강화, 조직문화 개선 필요" 지적

중소벤처기업부의 한 산하기관에서 11건의 비위 의혹이 발생해 6명이 무더기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불과 120여 명이 근무하는 작은 공공기관에서 다수의 비위가 발생한 것인데, 공직기강 확립과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연구원)으로부터 받은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연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감사를 진행하며 다수 비위를 적발해 11건의 처분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6명에게 징계가 내려졌다. 징계 사유는 △직장 내 괴롭힘 △채용 비리 △사문서 위조 △상사 모욕 등으로 다양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이 연구원의 임직원은 총 117명이다.

"똑바로 해, 죽여버린다" 협박

해고에 해당하는 '면직' 징계를 받은 사례로는 책임전문원 A씨가 있다. 연구원은 다수의 피해자 진술을 통해 A씨가 2016년 회식 중 화장실을 가려는 직원에게 "XXX 똑바로 해, 죽여버린다"는 욕설을 하고, 2021년 6월에 "거슬리게 하지 말랬지"라고 소리친 뒤 엘리베이터 벽을 두세 차례 가격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외에도 특정 직원을 따돌리거나 전화로 폭언한 적도 있었다. 이 일들로 A씨는 지난해 3월 정직 처분을 받았지만, 9개월 뒤 직원 30명이 보는 앞에서 신고자를 향해 "너 때문에, XX, 징계를 받았다"며 2차 가해를 하기도 했다.

A씨는 다른 직원 개인 정보를 마음대로 열어보기도 했다. 전산시스템 담당자였던 그는 지난해 9월 한 직원에게 대뜸 "석사학위 논문 그만 쓰라"고 얘기했다. 이에 해당 직원이 메일을 열람했냐고 묻자 "열람할 권한이 있고 그게 불만이면 고소하라"고 소리쳤다. 조사 결과, A씨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관리자 계정으로 수시로 직원들 메일을 무단 열람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근태기록도 열람해 출근 여부를 확인하고, 주말 출근 직원에게 "근무시간 허위로 채우는 것 아니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연구원은 올 4월 A씨에게 면직 처분을 내렸다.

채용비리, 사문서 위조, 상사 모욕 등

채용비리 의혹도 있었다. 2020년 5월 진행된 공개채용 과정에서 B전문위원이 면접 심사관으로 참여했는데, 당시 서류합격자 중에는 B위원과 같은 대학원을 다니고 같은 지도교수에게 가르침을 받은 지원자가 있었다. 실제 B위원이 쓴 석사학위 논문에는 해당 지원자에게 감사를 표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B위원은 "지원자와 이해관계가 없다"고 연구원에 보고하고 면접에서 해당 지원자에게 최고 점수를 부여했다. 지원자는 최종합격했다.

서류전형 심사위원이었던 C책임전문원도 비리 의혹이 있다. 당시 또 다른 지원자는 과거에 C전문원과 1년 동안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C전문원은 이를 보고하지 않고 지원자에게 서류 최고점수를 부여했고, 최종합격으로 이어졌다. 연구원은 C전문원의 비리가 인정된다고 보고 정직 1개월 처분을 의결했고, B위원의 경우 채용비리와 함께 지난해 제출한 겸직동의서에 연구원 직인을 임의로 날인하는 사문서 위조 건도 추가 확인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외에도 연구원은 상급자 명령에 불만을 표시하며 해당 상급자와 다수 직원들에게 "개별 박사들을 아주 X같이 아는 것 같습니다"라는 모욕성 이메일을 보낸 직원에 대해 견책을 의결하기도 했다. 이종배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채용비리만 해도 공분을 살 사안인데, 사문서 위조 등 수위 높은 비위까지 만연했다"며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개발이라는 설립 목적을 위해서라도 강력한 분위기 쇄신을 통한 공직기강 확립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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