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증원 수치' 타협은 절대 안 된다

입력
2023.10.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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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2025학년도 입시부터 대폭 늘리는 방안을 공식화하자 의사단체 저항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어제 저녁 긴급 대표자회의를 열어 총력 대응키로 하는 등 긴장감을 높였다. 정부는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발표 시기를 늦추는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파격적인 정원 확대에 대한 정부 의지는 충만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500명 수준으로 예상됐으나 1,000명 이상, 심지어 임기 내 3,000명 확대 방안까지 정부 인사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여기엔 대통령실의 확고한 의지가 실려 있다고 한다. “의사 수 확대는 불가피하다”(국민의힘) “윤석열 정부가 좋은 정책을 발표한다고 한다”(더불어민주당) 등 모처럼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고무적이다.

의사단체는 필사적으로 맞설 태세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회의 뒤 "정부가 일방 발표 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2020년보다 강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 수위를 높였다. 심지어 줄줄이 폐업을 하면서 ‘오픈런’에 시달리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단체조차 “증원은 국가 의료를 파멸로 직행하게 할 것”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한다. “필수의료 지원책이 우선”이라는 것인데, 힘들다고 아우성이면서도 기득권은 놓지 않겠다는 태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의사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정부는 발표 시기를 다음 주 이후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총파업 등 극렬한 대립 끝에 정원 확대가 무산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충분한 협의와 조율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수가 조정, 인력 재배치,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 등의 의사단체 요구도 적극 수용돼야 한다.

하지만 증원 수치까지 타협 대상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이대로 가면 2035년에 의사가 2만7,000명 부족(보건사회연구원)하다고 하니 매년 1,000명씩 늘린다 해도 부족할 판이다. 찔끔 증원은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정부가 의사들의 저항을 예상 못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18년 동결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려면 이번만큼은 꼭 정면 돌파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