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면 돌로 허벅지 찍기... '엽기살인' 배후자 첫 재판서 혐의 인정

입력
2023.10.17 15:00
변호인 측 "범행 사실 전부 인정"

전남 여수시에서 발생한 '허벅지 돌찍기' 살인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30대 남성이 17일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부장 허정훈)는 이날 살인, 중감금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1)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중감금치상은 사람을 체포·감금하여 가혹행위를 한 결과로 사람이 다쳤을 때 적용되는 죄다.

A씨는 7월 29일 여수시 엑스포대로 자동차전용도로 졸음쉼터에 주차된 차량에서 피해자 B(31)씨와 C(30)씨에게 서로를 때리도록 지시해 각각 사망, 중상으로 이어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8년 1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신용정보 전담 관련 직원(채권추심원)으로 일하던 중 피해자들을 알게 됐고, 이들에게 빌려준 계좌에 3,000만 원이 무단 이체됐다는 이유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할 것처럼 속였다. A씨는 B·C씨에게 자신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동의를 받고, 법률상담 비용을 요구했다.

B·C씨는 법률상담 비용 마련을 위해 일용직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A씨에게 돈을 지급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을 때리거나 서로 폭행하게 하고 통제하면서 복종하게 만들었다. A씨는 올해 6월부터는 B·C씨를 차량에 감금한 채, 잠이 들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둔기를 사용해 직접 폭행하고 영상통화를 통해 서로 폭행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B·C씨는 무기력감, 두려움, 공포, 신체적 고통을 겪었으나 A씨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공판에서 A씨의 측은 모든 혐의에 대해 인정했다. 변호인은 "범행 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공판은 다음달 7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순천=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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