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기시다...'A급 전범 합사' 야스쿠니 신사 공물 또 봉납

입력
2023.10.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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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지마 전투 지휘관 손자인
신도 요시타카 등도 참배 행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7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현직 각료 3명은 참배까지 했다. 한국과 중국 등은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정부의 총리나 각료가 참배하거나 공물을 봉납하는 것은 침략 전쟁을 반성하지 않는 행위라고 비판해 왔으나 또다시 무시당했다.

이날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19일까지 열리는 야스쿠니 신사의 추계 예대제(가을 제사)에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라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그는 2021년 10월 총리에 취임한 후 매년 춘계·추계 예대제 때마다 일본 총리 명의로 공물을 봉납하고, 패전일(8월 15일)에는 자민당 총재 명의로 공물 봉납료를 납부했다. 그는 이번에도 참배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신도 요시타카 "내 행위 외교문제 안 돼"

현직 각료 중에는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장관과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장관이 이날,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장관이 전날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자민당 아베파 소속인 니시무라 장관과 2년 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가 지지했던 다카이치 장관은 강경 우파로,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각료 신분으로 계속 참배해 왔다.

신도 장관은 태평양전쟁 당시 가장 격렬한 전투로 꼽히는 이오지마 전투를 지휘하다 전사한 구리바야시 다다미치의 손자이고, 그 역시 매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2013년에는 총무장관 신분으로 참배했던 그는 지난달 개각을 통해 다시 입각한 이번에도 강경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신도 장관은 주변국 반발에 대해 “내 행위가 외교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나라를 위해 힘써 주신 분들과 내 조부 등 가족을 위해 참배했다”는 입장을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는 2011년에는 패전일을 앞두고 독도에 가겠다며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가 김포공항에서 입국을 거절당하기도 했다.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도 18일 집단 참배할 예정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의원 모임' 내일 집단 참배 예정

한국의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도쿄에 있는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는 곳이다. 그중 90%에 가까운 약 213만3,000위는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으며,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등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조선인 2만여 명도 합사돼 있으나, 신사 측은 유족의 합사 취소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