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우크라 비극 계속되는 이때... 성대하고 화려한 무기 전시회라니

입력
2023.10.17 04:30
"SNS에서 본 전쟁 영상 떠오른다"
화려한 K방산 이면에 한숨·걱정도

"무기박람회와 에어쇼의 화려한 연출이 전쟁의 비참한 현실과 괴리감이 들어 보기 거북해요."

"남과 북은 엄연히 대치 중입니다. 좋은 무기를 적극 도입해 국방력을 키워야 할 것 아닙니까?"

국내 최대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인 '서울 아덱스(ADEX) 2023' 행사를 앞두고, 화려하고 성대한 무기박람회가 전쟁의 비정한 현실을 호도하고 군사 만능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남북 분단 현실과 'K 방산'의 경제적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인명 살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열리는 무기 전시회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7일부터 엿새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격년제 행사 ADEX는 올해로 14번째를 맞는다. 특히 올해 행사는 코로나 엔데믹화 이후 첫 박람회이자, 세계 35개국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ADEX는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등이 주최하고 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후원하는 방산 전시회다. 1996년 서울에어쇼로 시작해 현재는 세계 군 관계자와 방산업체가 수주계약을 맺고 인맥을 넓히는 장으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분단국가인 한국에선 안보 의식을 높히고, 방산 수출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미국의 전략 자산이 함께 소개되어,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도 한다.

다만 화려한 K-방산의 세일즈 무대를 바라보는 눈빛이 모두 다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5개 시민단체가 연합한 '아덱스저항행동'에 따르면 이달 4일부터 이날까지 단체에 행사 중단을 요구하며 접수된 시민 탄원서는 약 540개다. 마감 기한까지 6일 남은 점을 감안하면, 이 단체가 처음 탄원서를 받은 2021년(343건)보다 2배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는 건 국제사회에서 잇달아 발생한 전쟁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대량 살상무기의 참상이 적나라하게 중계되면서 반전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이경원(28)씨는 "강한 무기를 뽐낸다고 평화가 찾아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전쟁 특수를 노골적으로 기대하는 정부의 태도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특히 ADEX에 이스라엘 업체가 참가하는 것을 문제 삼는 의견도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피의 보복'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난 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다. 서울공항 인근에 사는 유건희(25)씨는 "지금도 누군가 목숨을 잃고 있는데 인도주의 차원으로 봐도 이스라엘 업체가 참여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면서 "계속된 에어쇼 훈련 소음 때문에 이제는 군용기를 보면 불편한 마음이 먼저 든다"고도 했다.

방산의 수출 효과를 강조해 다른 산업처럼 경제적 효용성만 강조하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기 수출에 따른 국익, 휴전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ADEX를 당장 포기하기 어려운 현실도 있지만 도덕적으로 정당화하기도 쉽지는 않다"면서 "비폭력 평화의 필요성도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정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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