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마련하는 건 네 가지 방법이 있다. ①자가발전 ②녹색프리미엄 ③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 ④전력구매계약(PPA) 등이다.
20일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자가발전이든 PPA든 사옥이나 공장 지붕에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지어 충당할 수 있는 전력은 전체 사용량의 10~15% 수준"이라고 말했다.
2016년 RE1001을 달성한 애플도 지난해 기준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의 14%만 직접 발전으로 확보했고 녹색프리미엄과 비슷한 '녹색요금제'로 18%, PPA로 63%를 채웠다. 기업들이 RE100을 여러 방법을 섞어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일부 재생에너지는 산업용보다 더 비싸더라도 100%를 달성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써야 한다.
①자가 발전은 재생에너지 시설을 짓고 전력을 만들어 쓰는 방법이다. 한번 지으면 추가 비용은 거의 들지 않지만 초기 투자비가 만만치 않고 직접 쓸 경우 REC를 인정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태양광 패널과 발전소를 짓는 데에 1메가와트(MW)당 20억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②녹색프리미엄은 한국전력에 웃돈을 주고 인증을 받는 제도다. 공공 발전사들이 석탄, 천연액화가스(LNG) 발전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것에 비례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로부터 REC를 사야 하는데 이 비용의 일부를 다시 녹색프리미엄 판매로 보전한다는 취지다. 올해 하반기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10.7원으로 산업용 전기료에 5~10%에 달한다.
③발전사들이 사고 남은 REC는 기업이 구매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증받을 수 있다. 지난해 20년 장기 계약 기준 kWh당 입찰 상한가 74.7원, 올해 현물가 기준 70원대로 재생에너지 구매 방법 중 가장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④PPA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장기 계약을 맺고 전력을 사는 제도다. 발전사업자와 기업 사이의 중계업자가 한전이면 제3자 PPA, 일반 기업이면 직접 PPA라고 부른다. 가격은 계약 조건마다 다르다.
한국은 주요국 중에서 재생에너지 단가가 가장 비싼 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5년마다 펴낸 '전력생산 비용전망(2020·Projected Costs of Generating Electricity)'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의 에너지균등화비용(LCOE)2은 메가와트시(MWh)당 태양광 96.6달러, 육상풍력 113.3달러, 해상풍력 161달러로 원자력발전 53.3달러, 석탄 75.6달러, 가스(복합화력) 86.8달러보다 훨씬 비싸다.
반면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의 재생에너지 LCOE는 석탄, 가스 등 화력발전보다 쌌고, 원전보다도 싼 경우가 비싼 경우보다 많았다. 인도의 태양광 LCOE는 35.5달러로 석탄(70.5달러)은 물론 원전(66.1달러)보다 쌌다. 미국도 육상풍력 LCOE가 39달러, 태양광 LCOE가 44달러로 가스복합발전(45달러)보다 쌌다. 다만 해상풍력은 65.6달러로 더 비쌌지만 원전(71.3달러)보다는 쌌다. 중국의 태양광, 육상풍력 LCOE는 각각 50.7달러, 58.4달러로 석탄(74.7달러), 가스복합발전(84달러)보다 쌌다. 유럽은 해상풍력이 89.8달러(프랑스)로 발전원 중 가장 비쌌지만 태양광(63달러‧이탈리아), 육상풍력(56.1달러‧프랑스)은 가스복합발전(69.5달러‧이탈리아)보다는 쌌다.
원전 LCOE는 비교 대상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쌌다. 반면 인도, 미국, 중국 등에서 원전 LCOE는 태양광보다 비쌌고 유럽의 경우 해상풍력 다음으로 가격이 높았다.
해당 보고서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기 전에 나온 만큼 재생에너지와 화력발전 LCOE 격차는 최근 더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재생에너지 공급확대를 위한 중장기 발전단가 전망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태양광, 육상 풍력 발전 단가는 각각 MWh당 45달러, 43달러로 신규 석탄 및 가스 발전 단가(71달러, 78달러)의 60%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왜 유독 높을까. 연구원은 같은 제목의 2021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태양광 설비 비용은 해외 주요국보다 10% 높은 수준"이라며 "주요 기자재, 설치, 시공 비용은 주요국 평균 18% 낮은 반면 이윤, 금융비용, 인허가 등 간접 비용은 68% 더 들어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