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배송-보급의 혁명을 선도한 '보급소장'

입력
2023.11.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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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WH스미스


1848년 11월 1일, 영국 런던 유스턴(Euston) 역사 한쪽에 간이 신문-도서 매장이 개설됐다. 인류 최초의 여객 철도(맨체스터~리버풀)가 개통(1830년)된 지 만 18년, 기차가 마차의 대체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다져가던 무렵이었다.

매장 주인은 만 23세 청년 윌리엄 헨리 스미스(William Henry Smith 1825~1891)였다. 신문 보급소를 운영하던 그는 철도의 잠재력, 즉 신문을 가장 빠르고 안정적으로 먼 곳까지 배송할 수 있는 혁신적인 교통수단임을 간파해 경쟁 업체들보다 먼저 지역 배송망을 구축했다. 그리고, 흔들리는 마차와 달리 기차에서는 훨씬 편하게 신문과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철도 당국과 협의해 첫 가판대를 열었다. 런던에 본사를 둔 글로벌 유통기업 ‘WH스미스(Smith)’의 인류 최초 철도 서점이었다.

기업 'WH스미스'는 스미스의 아버지에 의해 작은 신문 보급소로 1792년 문을 열었다. 당시 신문 배급망은 우편 집배원 시스템이었다. 그의 보급소는 우편요금 등 비용 때문에 경영난에 허덕였고, 지방 독자들은 늘 하루 지난 신문을 받아 보아야 했다. 선친이 숨진 뒤 스미스의 어머니(Anna)가 두 아들을 키우며 가업을 이었고, 1816년 어머니마저 별세하자 둘째인 스미스가 나섰다. 그는 신문사에 직원을 보내 인쇄된 신문을 곧장 수거해 마차로 당일 배송하는 ‘특송 서비스’를 맨 처음 시작했고, 철도 보급시스템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신문(The Times) 인쇄가 지연된 날이면 철도 당국에 열차 출발 시간을 늦춰 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영향력을 키웠다고 한다.

그의 철도 서점은 항구와 여객선, 병원, 도로휴게소, 공항 등으로 확산되며 ‘상업혁명’을 넘어 가히 ‘문화혁명’을 견인했다. 종합 소매업체로 변신한 최근 WH스미스 매장은 세계 30여 개국에 1,700여 곳이 있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