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코트를 누빈 최초 여성

입력
2023.10.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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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바이올렛 팔머

1997년 10월 31일 미국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와 '밴쿠버 그리즐리' 경기. 세 심판 중 한 명으로 만 33세 여성 바이올렛 팔머(Violet Palmer, 1964~)가 나섰다. 거인들의 격투장을 방불케 하는 거친 코트에 NBA 50년 역사상 처음 여성이 오른 거였다.

팔머는 또 한 명의 여성 심판 디 캔트너(Dee Kantner)와 함께 그해 초 NBA와 계약을 맺었다. 그 파격적인 조치를 선수들은 대체로 못마땅해했다. ‘휴스턴 로케츠’ 주전 찰스 바클리는 방송 인터뷰에서 “이건 남자들의 게임이다. 앞으로도 줄곧 그래야 한다”고 말했고, ‘피닉스 선스’의 데니스 스콧은 여성 심판이 겪을 수 있는 육체적 위해와 성희롱 등 언어폭력을 우려했다.

팔머의 데뷔무대는 성공적이었다. 경기를 지켜본 NBA 부사장 로드 손(Rod Thorn)은 “바이올렛과 나 중 누가 더 긴장하고 흥분했는지 모르겠다. 25년쯤 뒤 우리는 ‘이 자리에서 문이 열렸다’고 회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해 정규시즌이 끝난 뒤 바클리도 팔머에게 “내 생각이 틀렸다”며 사과했다. 캔트너는 2002년 기량 미달로 해고됐다.

캘리포니아 콤턴(Compton)에서 태어나 유년시절부터 육상과 소프트볼 등 스포츠에 능했다는 팔머는 콤턴 고교시절 농구를 시작해 폴리포모라 칼리지 농구팀 주전 포인트가드로서 1985, 86년 전미대학리그(NCAA 디비즌2) 챔피언십 진출에 기여했다. 대학 졸업 후 잠깐 고교팀 코치로 일하다 적성에 맞지 않아 심판으로 전향, NCAA와 WNBA(전미여자농구) 등을 거쳐 1997년 NBA에 입성했다. 통상 경력 10년 차 이상이어야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심판 무대에 7년 만에 오른 거였다. 2016년 무릎부상으로 은퇴할 때까지 그는 NBA에서만 919 경기에 출장했고, 2014년 2월에는 미국 4대 스포츠를 통틀어 여성 최초로 올스타전 심판을 맡기도 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