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일본 도쿄 외무성의 한 사무실. 일본 인도태평양 구상의 실무를 담당하는 당국자는 본보에 "중국을 배제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기자의 질문이 있을 때마다 옆에 쌓아 놓은 다양한 자료를 찾아 펼쳐 보이기도 했고, 가끔은 직접 메모지에 관련 흐름도를 그려가며 대답했다. 종합하면 "특정 국가를 겨냥한 구상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권역 국가를 포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용어 사용에서부터 신중함이 묻어있다. 실제 외무성을 비롯한 일본 당국은 절대 '전략'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일본의 '인태 전략'이 담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비전(FOIP)'이 등장한 2016년 당시 일부 사용이 되긴 했지만, 이후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표현은 '구상'으로 바뀌었다.
전략이란 개념을 내세울 경우 자칫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이 마치 일본의 인태 구상에 종속된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과거 무력으로 정복과 패권을 추구한 일본 제국주의에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필리핀 등 아세안 국가들의 반감이 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이 같은 조심스러움도 결국엔 인도태평양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시작으로 세계 모든 바다를 연결해 평화와 번영을 누린다"고 설명을 하고는 있지만, 이는 미국과 일본 주도하에 구축된 해양규범을 점진적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규범에 어긋난다면 적일 수밖에 없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 3월 공개한 FOIP 새 추진계획에서도 이 같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구상은 4번째 과제로 '바다에서부터 하늘로 뻗어가는 안전보장·안전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은 '정부 안전보장능력 강화 지원(OSA)' 체계를 창설했다. '국방 장비 이전 3원칙' 범위 내에서 민주주의와 법치를 공유하는 협력국에 군 장비나 군용 항만 등 시설 정비를 지원해주는 것이 골자다. 이를 두고 요미우리신문과 도쿄신문은 "중국과 러시아의 패권주의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외무성 당국자는 “북한 미사일 도발에서 촉발되는 해상안보 위협과 더불어 남중국해 분쟁과 인도양의 해적 문제 등 동맹∙우호국과 함께 풀어나가려고 하는 여러 가지 안보 문제가 있다”며 “국가들과의 협조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해양경계 태세를 점검하는 교육이나 선박 경계감시 등 개발도상국이 역량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협력함으로써 상호이익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영향력 확대가 아닌 주변국 지원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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