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에 남아 있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16일로 방류된 지 1년이 됐지만 여전히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의 우려 속(본보 2022년 5월 17일 보도)에 비봉이 방류를 강행한 비봉이 방류협의체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8개 동물단체들은 이날 서울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봉이 방류협의체(해양수산부, 제주도, 제주대, 호반그룹, 핫핑크돌핀스)에 방류 실패 인정과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제주 연안 정주성 해양동물인 남방큰돌고래 특성상 방류 1년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않은 비봉이는 죽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협의체를 비롯 일각에서 비봉이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생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은 2017년 방류에 실패한 남방큰돌고래 '대포', '금등'의 사례를 제대로 되새기지 않은 무책임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동물에게 나은 삶을 찾아준다는 방류의 목적을 고려했을 때 개체의 생존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업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전적으로 인간의 판단과 의도에 따랐던 야생 방류가 실패로 이어졌다"며 "그럼에도 비봉이의 실질적 소유자 호반 퍼시픽리솜을 비롯한 방류 관계자들과 정부는 아직까지 원인에 대한 분석은커녕 실패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봉이 야생 방류 과정과 이후 파악한 정보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며 "방류 실패에 따른 철저한 규명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본보는 준비 없는 비봉이 방류에 대해 수차례(☞관련기사: "홀로 남은 퍼시픽리솜 돌고래 '비봉이' 방류, 신중 또 신중해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세계적 해양 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관련기사: "재포획 계획 없는 비봉이 방류는 무책임")에서 "재포획 방법을 확보하는 것은 인간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라며 "재포획 계획 없는 방류는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또 세계적 동물학자이자 환경 운동가인 제인 구달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관련기사: [단독] 제인 구달 "기후위기·동물멸종·각국 보수화 심각… 그렇다고 굴복해선 안 돼")에서 돌고래 전문가는 아님을 전제로 하면서도 "(48일이라는) 훈련기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동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낼 때는 철저히 준비하고 매우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호반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비봉이는 당시 4~5세의 나이에 비양도 앞바다에서 포획됐다. 성체가 되기 전 포획돼 17년간 돌고래쇼를 했던 점은 방류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방류 결정과 준비 과정은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됐다.
하지만 방류 시점까지 인간에 대한 의존성이 남아 있었고, 체중이 20㎏가량이나 줄어든 상태에서도 방류가 가능하다 판단했던 근거에 대해 방류협의체는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는 게 단체들의 주장이다.
단체들은 "그럼에도 비봉이 야생 방류는 방류 결정 근거, 시점별 논의 사항, 동물의 건강 상태 등 방류 사업의 전반적 진행 과정을 외부에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아직까지 비봉이 방류와 관련한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재영 해수부 해양생태과장은 "올해 6월까지 비봉이를 집중 관찰했고, (발견되지 않아) 하반기부터는 고래연구소가 실시하는 분기별 정기 모니터링에 포함시켜 관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과장은 "연내 전반적인 남방큰돌고래 방류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라며 "백서에 비봉이 방류의 의의와 결과도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