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가입연령 15세를 초과하는 경우 어린이보험 등 소비자 오인 소지가 있는 상품명 사용을 제한하겠다."
한국일보가 3월 소개했던 '어른이보험'을 기억하나요. 어른이보험은 이름은 어린이보험이지만, 35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종합보험상품입니다. 성인 대상 일반 종합보험 대비 보험료가 최대 20% 저렴한 데다 3대 질환인 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도 보장해 2030세대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기사가 나오고 나서 "좋은 어린이보험 상품을 추천해달라"는 지인의 연락을 여럿 받았을 정도로요.
하지만 어른이보험은 지난달부터 판매가 중단됐습니다. 보험사가 2030세대 고객을 확보하고자 경쟁적으로 어린이보험 가입연령을 상향한 게 문제로 지적됐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은 7월 "어린이 특화 보험 상품에 성인이 가입하는 등 불합리한 상품 판매가 심화했다"며 "어린이에게 발생 빈도가 극히 희박한 뇌졸중, 급성심근경색 등 성인질환 담보를 불필요하게 부과했다"고 판매 중단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미처 어른이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고요? 막차를 놓쳤다고 좌절하기는 이릅니다. 어른이보험 대신에 '가성비'가 높은 2030세대 특화 보험이 속속 등장하고 있거든요. 반대로 어린이보험을 세대 특화 보험으로 발전시킨 보험사도 있습니다. 2030세대 특화 보험이 무엇인지, 장단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하겠습니다.
2030세대 특화 보험을 쉽게 설명하면 '어린이보험 빼기(-) 어린이'입니다. 청년층보다 손해율이 높은 중장년층 가입을 제한해 보험료를 낮추면서도, 어린이 특화 보장이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성조숙증 진단 등은 뺐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는 이런 이점을 강조하면서 2030세대 특화 보험의 보험료가 동일 담보의 일반 성인보험 대비 10~20%가량 저렴하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가입연령은 통상 20~40세로 설정했습니다.
보험사가 2030세대 특화 보험을 만든 이유는 어른이보험의 쏠쏠함 때문입니다. 젊은 층의 보험 가입률이 서서히 낮아지던 와중에도 어린이보험만큼은 '효자' 노릇을 해 줬거든요. 실제 5대 손보사인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작년 어린이보험 원수보험료(계약자가 직접 지불한 보험료)는 5조8,167억 원으로, 2018년(3조5,459억 원) 대비 64% 성장을 했습니다. 신계약 건수도 지난해 113만6,888건을 기록하며 4년 전(78만9,676건)보다 44% 늘었을 정도죠.
특히 지난달 전까진 어린이보험 가입연령을 늘리며 더 달콤한 재미를 맛보던 차였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5대 손보사의 어린이보험 원수보험료는 1조5,415억 원, 신계약 건수는 34만5,444건으로 준수한 성적을 자랑했거든요.
예컨대 KB손해보험의 주력 어린이보험인 'KB 금쪽같은 자녀보험 Plus(플러스)'의 경우, 가입연령을 35세까지 확대했던 3월 첫 달에만 무려 2만9,000여 건이 판매됐다고 해요. 이는 작년 KB손해보험의 월평균 어린이보험 판매량(1만4,000여 건)의 2배가 넘는 실적이라고 합니다. 해당 기간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였을 정도죠. 물론 이 상품도 지난달부턴 가입연령이 15세로 제한됐지만요.
이렇다 보니 보험사, 특히 손보사는 그간 어린이보험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지난해 계약된 어린이보험 중 손보사의 판매 비중(보험연구원 조사)은 88.3%로, 생명보험사(11.7%)의 8배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같은 기간 손보사가 판매한 다른 제3보험(어린이보험 등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성격을 모두 지닌 상품) 비중이 많아 봤자 69.6%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린이보험 쏠림이 상당했던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어른이보험을 팔지 못하게 되자 손보사 중심으로 청년층 공략용 2030세대 특화 보험이 쏟아져 나온 것입니다.
2030세대 특화 보험은 기존에도 시장에 여럿 출시됐습니다. 어린이보험 시장 1위 보험사 현대해상이 4월 출시한 '굿앤굿2030종합보험'이 대표적입니다. 납입기간 10~30년으로 80~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으며, 3대 질환인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위주로 가입 가능합니다. 운전자 관련 보장이나 배상책임담보 등 종합보험 형태로 가입도 할 수 있다고 해요. 보험료는 25세 기준으로 남성 약 5만 원·여성 약 4만 원이나, 특약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어요.
전에 소개했던 삼성화재의 2030세대 특화 보험 '내돈내삼'도 8월 '내돈내삼1640'으로 개정됐습니다. 어른이보험 '막차 타기'에 실패한 2030세대를 겨냥한 것입니다. 개정 상품은 어린이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16~19세도 가입할 수 있으며, 60세 이후부터는 3대 질환 진단비 등에 대한 보험금이 가입금액의 두 배인 체증형 담보도 특약으로 들 수 있습니다.
어른이보험에서 '어른'을 분리한 상품을 출시한 보험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KB손해보험이 지난달 출시한 '금쪽같은 희망플러스 건강보험'이 그렇습니다. 상품명에 '어린이'를 뺀 대신 0세부터 35세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했어요. DB손해보험은 기존 어린이보험의 가입연령을 낮춘 대신, 7~35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청춘어람 종합보험'을 새로 선보였고요. 메리츠화재는 기존 어른이보험을 대체해 16~40세까지 가입 가능한 '내mom(맘)대로 보장보험'을 출시했습니다.
2030세대가 가장 관심을 가질 부분은 단연 보험료일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과거 어른이보험 대비 비싸지는 않을까"죠.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한목소리로 "대동소이한 수준"이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른이보험은 2030세대 특화 보험과 달리 유병률이 극히 낮은 0~15세도 가입 가능해 위험률 분산이 가능합니다. 그만큼 보험료도 종합보험 대비 낮을 수 있었던 거죠. 여기에 2030세대도 상대적으로 유병률이 낮아, 어른이보험과 보험료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입니다.
오히려 최근 들어 보험료 인하 경쟁이 심화했다고 합니다. 최근 일부 보험사는 2030세대 특화 보험의 예정이율을 높였다고 할 정도죠. 예정이율은 보험료 납입시점과 보험금 지급 사이에 기대하는 수익을 예상하고 책정한 보험료 할인율로, 통상 예정이율이 높을수록 보험료가 저렴해집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2030세대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은 보험료"라며 "경쟁 회사가 보험료를 낮추면, 다른 곳도 덩달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습니다.
그만큼 2030세대 특화 보험 인기가 꾸준하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합니다. 특판 상품처럼 '반짝'하고 사라질 보험이 아니란 뜻이죠.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어른이보험 판매가 중단된 후에도 2030세대 신규 계약이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폭발적인 관심까진 아니더라도 스테디셀러 기조는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고 2030세대 특화 보험에 서둘러 가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선 이미 가입한 종합보험이 있다면, 중복되는 부분이 없는지를 따져 보는 게 먼저겠죠. 이미 적정한 수준의 보장이 이뤄지고 있다면 굳이 보험료를 추가로 지출할 필요는 없으니깐요. 참고로 보험사 간 2030세대 특화 보험 보장에 큰 차이는 없다고 합니다.
납입 면제 조건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납입 면제는 보험계약자가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거나 후유증이 남는 상해를 입었을 경우, 보험료 납입을 면제받을 수 있는 제도예요. 그간 어린이보험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가 폭넓은 납입 면제였는데, 2030세대 특화 보험은 이보다 조건이 한층 까다로워졌습니다. 납입 면제는 몇몇 종합보험에도 포함돼 있으니 함께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어떤 보험설계사를 만나는지도 중요합니다. 2030세대 특화 보험은 여러 보장이 가능한 만큼 보험 설계가 중요한데, 보험 관련 지식이 해박하지 않은 청년층은 자칫 불필요한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 회사에 오랜 기간 근무한 전속 설계사인지, 혹은 우수인증 설계사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