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인도태평양 전략은 대만 문제로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의 가장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는 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중추 국가'를 선언한 만큼 대만해협 위기나 남중국해 갈등 상황에 모른 척할 수는 없지만 실제 한국이 관여할 능력을 얼마나 갖췄느냐는 별개 문제다.
대만 현지 군사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중국의 침공을 상수로 여기는 이들과 만나 윤 정부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2027년을 분수령으로 꼽았다. 신베이시에서 만난 대만군 참모총장(우리의 합동참모의장) 출신 리시밍 예비역 해군 2급상장(우리의 해군 대장급)은 "중국이 대만을 무력통일하겠다는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2027년이 임계점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타이베이시에서 만난 후루이저우 대만정치대 대만안전연구센터 부주임도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27년이 중국 침공의 1차 고비"라며 "(2027년이 아니라면) 2049년이 데드라인"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은 2049년 신중국 건국 100주년을 맞는다.
자연히 침공 경로인 대만해협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사시 한국의 군사적 역할에 대해 이들은 회의적이었다. 리 전 총장은 "대만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최종 목표"라며 "현재 지역 상황에서 한국이 파병이나 (군사적) 협조, 대만해협의 충돌에 발을 들인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이 중국의 거대한 경제시장에 큰 이해관계를 가졌고, 동시에 북한 위협을 상정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후 부주임도 "한국의 군사적 도움이 크게 기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꼼꼼히 들여다봤다면서 "한국이 대만 위기 시 병력을 파병하면, 북한은 중국의 손을 잡고 한국을 공격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연 한국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시선은 미국으로 향했다. 특히 리 전 총장은 한미·미일 동맹으로 동북아 민주주의 3개국이 3각 협력을 이뤘지만 한국과 미국·일본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중국해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에서 일본과 중국은 영유권 다툼이 있으며 미국의 경우 1979년 미-대만 단교 이전 상호방위조약 및 단교 이후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지속적으로 방어용 무기를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과 달리 미국과 일본은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대신 리 전 총장은 한국과 일본에 배치된 미군의 투입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대만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미국이 군사개입을 결정할 텐데 대만해협은 미국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미국의 군사력이 확실히 부족하다"며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두 전문가는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대만의 이익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다. 후 부주임은 "한국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면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는 주요 자원이 오가는 통로라는 점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전 총장은 "한국 정부의 인도태평양 정책은 실질적으로 대만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대만을 위한 정책이라고는 봐야 할 것"이라며 "한국의 발전은 물론 지역의 안정을 위해 내놓은 매우 좋은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와 관련, 리 전 총장은 "당시 회의에서도 대만의 안보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면서 "정치적·외교적·경제적인 부분에서 미국과 함께 동북아와 대만해협 안정에 힘쓰는 방향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면 대만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언했다.
후 부주임의 생각은 약간 달랐다. 그는 "모든 국가는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운을 떼면서 "캠프 데이비드 회담은 한미일이 대만 방위를 돕겠다는 확실한 약속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과 대만은 역내 같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서로의 체제가 달라지길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은 경제·정치적으로 대만을 충분히 도울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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