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덕에 잊힌 미국 최대 부패 스캔들

입력
2023.10.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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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티포트 돔 스캔들


1920년대 ‘티포트 돔(Teapot Dome) 스캔들’은 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 전까지 미 연방정부 최대의 권력비리로 꼽혔다. 내무장관 앨버트 폴(Albert Fall)이 뇌물을 받고 국유지 유전 개발권을 사기업에 넘겨주었고, 실제 배후라는 의혹을 받던 당시 대통령 워런 하딩(1865~1923)이 재임 중 숨지면서 미봉된 사건.

석유업계 후원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오하이오주 출신 공화당 대통령 하딩은 훗날 ‘오하이오 갱단’이라 불린 측근과 후원자들을 대거 등용, 금주법시대 주류판매허가증 매매 등 온갖 이권 비리를 양산-묵인했다. 대표적 인물이 뉴멕시코주 상원의원 출신 앨버트 폴이었다. 21년 내무장관이 된 그는 하딩을 설득(?), 미 해군이 석탄 연료로 기동하던 당시 군함의 석유화를 위해 국방부가 관리하던 국유지 유전 세 곳-와이오밍 티포트 돔 유전과 캘리포니아 엘크힐 유전, 부에나비스타 유전- 관할권을 내무부로 이전한 뒤 개발권을 팬아메리칸 석유회사와 매머드 석유회사에 은밀히 넘겼다. 그 사실은 22년 4월 월스트리트저널 특종 보도로 세상에 폭로됐다.

후임 윌리엄 태프트 행정부 상하원 합동청문회 조사 결과 폴은 팬아메리칸으로부터 당시 기준 거금인 10만 달러를, 그는 무이자로 빌렸다고 주장했지만 현금으로 받았고, 매머드에서도 30만 달러를 국채와 현금으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대가로 두 회사가 연방 정부에 제공한 건 하와이 진주만 해군기지 오일저장탱크와 와이오밍-캔자스 구간 파이프라인 건설이 전부였다.

연루 혐의를 부인하던 하딩은 재임 중인 23년 8월 폐렴으로 숨졌고, 해당 유전 개발권은 27년 대법 판결로 미국 정부에 환수됐다. 폴은 29년 10월 25일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년과 10만 달러 벌금을 선고받았다. 그는 미국 역사상 처음 유죄-실형을 선고받은 각료라는 오명의 주인공이 됐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