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권 관계자는 15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대통령실의 쇄신 분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까지 진행한 결과 분석과 민심 파악을 토대로 대통령실은 향후 국정기조를 '이념'에서 '따뜻한 국정'에 무게를 두되, 국민의힘을 향해선 개혁 입법에 대한 야당과의 경쟁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간 당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함께 고쳐 나가되, 여당에서 분출하고 있는 김기현 대표 교체론에는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여권 관계자들은 이번 보선과 관련해 △민심의 정부 견제론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고 △그럼에도 정부가 경제·개혁 과제를 보다 잘 챙겼어야 했고 △거대 야당의 반대로 입법이 이뤄지지 못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결과로 요약했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민심이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민심보다 컸다는 것인데, 보선 몇 달 전부터 이 같은 흐름이 있어 왔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정말 잘하는 게 중요했다"고 분석했다. 정부 견제론과 별개로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대통령실은 국정 기조 변화를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앞으로 이념보다 따뜻한 국정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 능력의 잣대는 결국 경제인데,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점이 있었다"며 "지금까지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나 2차 전지, 인공지능(AI) 등 국민들이 체감하기엔 어려운 경제 행보가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국민들이 호응할 수 있는 청년·중소기업 등을 챙기는 경제로 접근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는 '개혁 입법과 관련한 치열한 의정 활동'을 당부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는 입법 과정에서 정쟁보다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전'에 보다 힘써 달라는 주문이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국정 방향 제시를 위해 대통령이 때로는 비판을 무릅쓰고 있는데, 정작 당은 개혁 과제나 입법을 두고 국민 앞에서 야당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보선 패배로 여당에서 분출하고 있는 수평적 당정 관계에 대한 요구에는 원론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정치의 주체는 정당이고 대통령실을 쳐다보지 말고 국민을 쳐다봐달라는 주문은 오히려 대통령의 뜻"이라며 "국회가 해야 할 개혁 과제들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국정 운영에 있어 때로는 '대통령이 이렇게 가시면 안 된다'는 쓴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직적 당정 관계 해소를 위한 '친윤석열계' 김기현 대표 체제 교체엔 거리를 두었다. 이 관계자는 "당장 어떠한 결론을 내려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그간 당정이 미진했던 부분을 먼저 차분하게 되짚어볼 시간"이라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