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탈북민 600여 명을 지난주 강제 북송한 것으로 알려진 뒤 국내외 비판과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북중 접경지역 도시 5곳에 수감된 탈북민을 지난 9일 트럭을 동원해 동시다발 북송했다고 북한인권단체들이 11일 주장했다. 정부는 이틀 지나 숫자 확인 없이 관련 사실만 확인했다. 중국이 아시아 화합을 다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폐막하자마자 북송 조치를 실행한 것이다. 탈북자들은 북송되면 온갖 고문과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심하면 목숨까지 잃는다. 이들에게 닥칠 운명을 보란 듯이 외면한 중국의 반(反)인도적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연방의회 초당적 기구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13일(현지시간) 최대 2,600명이 한밤중 송환됐다며 비판성명과 함께 유엔 대응을 촉구했다. 크리스토퍼 스미스 공동위원장은 “많은 수의 북한 난민을 그들의 의사에 반해 강제 송환했다는 보도에 소름이 끼친다"며 "탈북자는 북한 정권의 정치·경제적 핍박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걸고 탈출한 사람들이다"고 우려했다. 유엔난민협약은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난민을 추방하거나 송환해선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중국은 1982년 이 협약에 가입했고 1988년 고문방지협약에도 가입했다. 이러고도 국제규범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중국이 문명국으로서 세계 지도국가라 말할 수 있겠나.
역대 우리 정부는 북송문제를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고려해 쉬쉬해온 게 사실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북한인권을 강조해온 대로 윤석열 정부는 달라야 한다. 중국에 정부의 우려 전달과 함께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국제사회 압력을 행사하는 데도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 한덕수 총리가 지난달 방중 때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강제 북송을 막을 어떤 약속도 받지 못한 무기력한 상황 역시 돌아봐야 한다. 이번 중국의 탈북민 북송 문제는 정부가 북한 동포 인권보호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새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