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를 낸 직장 상사를 대신해 본인이 운전을 했다고 허위 자백한 30대 회사원이 ‘서류 불송달’을 이유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부장 김평호)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ㆍ무면허운전)과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A(34)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앞서 그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20년 4월 15일 오전 7시 46분쯤 회사 팀장과 함께 차를 몰았다. 둘 다 음주 상태였고, A씨는 심지어 무면허였다. A씨가 먼저 20m 가량을 운전했고, 뒤이어 회사 팀장 B씨가 운전대를 잡았다가 중앙선을 넘어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에 경찰이 출동하자 A씨는 마치 자신이 운전한 것처럼 허위 자백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A씨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법원의 서류 송달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원심을 파기했다. A씨의 거주지가 불분명해 공소장을 전달하지 못했는데 법원이 직장 송달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음주나 무면허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혈중알코올농도 0.051%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한 점, 음주운전을 한 팀장을 도피시켜 죄질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음주운전이나 범인도피를 쉽게 생각하다가 본인 인생이 아웃될 수도 있다"며 "피고인이 팀장을 대신해 징역형을 살 것이냐. 이런 범죄는 경찰에 숨길 수도 없고, 쉽게 생각하다가 큰일을 겪을 것”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