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1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심도시인 가자시티 주민들에게 ‘전원 대피령’을 내리면서 “수일 내에 ‘큰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에도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24시간 내 남쪽 이동’을 권고했다”고 통보했다. 이르면 14일 지상군 투입을 강행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탕 작전에 착수할 방침임을 시사한 것이다. 가자지구 안팎은 물론, 국제사회의 긴장감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성명을 내고 “IDF는 가자시티 내 모든 민간인에게 스스로 안전과 보호를 위해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하마스 테러 조직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고, 가자시티는 군사 작전이 벌어질 구역”이라며 “며칠 안에 IDF는 가자시티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IDF는 “민간인 피해를 피하기 위해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표는 IDF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돌입했음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4년 ‘50일 전쟁’ 이후 9년 만에 이스라엘 군대의 가자지구 진입이 현실화할 수도 있게 된 셈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주민 대피령’을 두고 “거짓 선전전에 넘어가지 말라”며 피란을 떠나지 말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도 이스라엘군으로부터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110만여 명에게 ‘24시간 안에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통보했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두자릭 대변인은 “유엔은 ‘인도주의적 파괴’라는 결과 없이 그러한 움직임이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이미 닥친 비극적 상황이 ‘재앙’으로 바뀌진 않도록 해당 명령의 철회를 강력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대규모의 민간인 희생을 초래할 지상전 개시를 앞두고 국제사회도 분주해졌다. 이스라엘로 급파돼 미국의 지원 방침을 재확인하고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했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3일 요르단에서 압둘라 2세 국왕,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만나는 등 숨 가쁜 외교전을 이어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
‘하마스 공격 배후’로 의심받는 이란은 이스라엘 비판에 주력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2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폭격을 계속하면 전쟁의 ‘새로운 전선’이 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등과는 반대 입장이지만, 무력 충돌 확대를 피하라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전쟁 발발 이후 침묵을 지켰던 아바스 PA 수반은 12일 늑장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의 민간인 살해를 비판하면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포괄적 공격을 즉각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날까지 이스라엘에선 1,300여 명이, 팔레스타인에선 1,537명이 각각 숨진 것으로 집계됐으며 부상자를 포함하면 양측 사상자 합계는 1만 명을 넘어섰다. 가자지구 피란민도 42만3,378명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