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서 '김건희 파일'(김건희 여사 이름이 적힌 거래 내역 엑셀 파일)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지목된 투자자문사 임원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김 여사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이용된 사실은 인정했으나, 계좌 주인으로서 김 여사의 범행 가담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13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블랙펄인베스트 이사 민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5,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2년 넘게 시세 조종을 저질러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시세 차익 실현에는 실패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집행유예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민씨는 권 전 회장과 공모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11월 귀국해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8월 권 전 회장 등의 재판에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을 공개하고 파일 작성 지시자로 민씨를 지목했으나, 민씨는 같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처음 보는 파일이고 모르는 내용"이라고 부인했다. 해당 파일에는 시세조종 기간 중 김 여사 명의의 증권 계좌 인출 내역과 잔고가 정리돼 있었다.
이날 재판부는 민씨와 공범들이 김 여사 명의의 미래에셋 계좌 등을 시세조종에 활용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또 다른 계좌로 이뤄진 주식 거래에 대해서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직접 합의를 했다거나, 인위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키게 한 점이 합리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같은 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역시 올해 2월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실패한 주가조작이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도 판결문에 김 여사와 최씨 실명을 60여 차례 적는 등 이들 계좌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는 점을 짚었으나, 계좌 활용 여부를 사전에 인지하고 가담했는지 등에 대한 판단은 따로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