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인사 온 제자 성폭행 후 금품까지 요구한 사립대 교수… 파면 이어 검찰 송치

입력
2023.10.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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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사립대 교수, 박사과정 제자 성폭행·협박
피해자 "연구실·학교 외부서 성폭행당해" 주장
학교 인권센터 신고 후 경찰 고소… 수사 착수
경찰 "고소인 주장 대부분 사실" 기소의견 송치

대구의 한 사립대 교수가 스승의 날 인사차 연구실을 찾아온 제자를 성폭행하고 억대의 금품까지 요구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 교수는 올해 초 해당 대학에서 파면됐다.

15일 경찰과 대학 등에 따르면 A교수는 2021년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5월 14일, 감사 인사를 하러 연구실을 찾아온 제자 B씨와 술을 마신 뒤 만취 후 의식이 없는 상태의 B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교수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B씨의 논문 지도교수였다.

피해를 당한 B씨는 A교수에게 항의했지만 사죄는커녕 오히려 금품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B씨는 금품 제공을 거절했고, 이후 논문심사에서 탈락했다. B씨는 “성폭행에 항의하고, 금품을 안 주자 불이익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지난해 초 교내 인권센터에 사건을 접수했지만 공론화되지 못했다. 익명인 데다 자세한 설명 없이 정황만 신고해서다. 이후 추가 피해가 이어졌다고 B씨는 말한다. A교수가 논문지도 명목으로 자신을 학교 외부로 불러내 수차례 더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B씨는 지난해 8월 박사학위를 취득해 졸업했다. 그러나 “A교수가 이 분야에서 워낙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어 졸업 후에도 그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B씨는 피해를 당한 뒤 수차례 길거리에서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가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였고, 불면증, 우울증, 불안증세에 시달렸다. 2년이 지난 지금도 1주일에 2차례 정신과에서 집중치료를 받는 처지다.

고통스러워하던 B씨는 결국 지난해 10월 교내 인권센터에 실명으로 A교수의 비위행위를 신고했다. 사건을 조사한 대학 인권센터는 ‘고충처리 및 사건심의위원회’를 열어 올해 1월 말 A교수에 대해 ‘성폭행 및 인권침해의 건’으로 징계를 요구했고, 학교는 2개월 뒤 징계 중 최고 단계인 파면 조치했다. A교수가 교원소청심사나 파면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징계 결과는 확정됐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어 파면 후에도 A교수는 외부활동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B씨는 올해 5월 A교수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약 3개월간의 수사 끝에 지난 8월 A씨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상황은 밝힐 수 없으나 고소인이 주장한 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고 했다. 경찰 수사에서는 성폭행과 협박 혐의에 이어 배임 혐의까지 더해졌다.

A교수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본보에 “교수로서 논문지도를 학교 외부 부적절한 장소에서 한 것은 사실이라 파면에 대한 구제 요구를 하지는 않았을 뿐”이라며 “성폭행을 한 적이 없고,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했지만 협박과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학교 연구실 구조상 성폭행할 환경이 못 되고, 논문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관계 때문에 압박을 느꼈을 수 있지만 협박 행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반면 B씨 측은 ”범행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대학 인권센터와 경찰 조사까지 받고도 끝까지 부인하는 것을 보면 동정의 여지가 없다”고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대구= 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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