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대도 김장 대신 김치 사 먹으니...코로나 끝나도 식지 않은 포장김치 인기

입력
2023.10.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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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부터 60대까지 김치 구매…왜?
배추·소금·고춧가루 등 재룟값 ↑
김장 줄고 묵은 김치보다 새 김치 선호


엔데믹(풍토병화) 후에도 포장김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포장김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밥이 늘고 김포족(김장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많이 팔렸는데 최근에는 배추, 소금 등 재룟값까지 오르면서 김장이 익숙한 50, 60대 중에서도 포장김치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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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부터 꾸준히 매출 상승…올겨울도 인기 이어질 듯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 판매 채널인 홈쇼핑에서는 포장김치가 효자상품으로 거듭났다. 1~9월 GS숍에서 판매한 '종가 포기김치'의 판매량은 약 25만4,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4%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9월과 비교하면 18.1%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대상 '종가집'의 1~9월 포장김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신장했다.

CJ온스타일도 1~9월 주문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47% 오른 약 140억 원을 찍었다. 롯데홈쇼핑은 7~9월 주문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70% 늘었다. CJ온스타일은 '홍진경 더김치'가 7월 첫 방송에서 약 10억 원 가까운 주문을 올리며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은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롯데호텔 김치를 판매했는데 방송 15분 만에 다 팔렸다.

프리미엄 김치로 널리 알려진 조선호텔 김치의 경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는데 올 상반기(1~6월)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2%를 보였다. 입소문을 타자 조선호텔은 김치 사업을 위한 새로운 팀까지 꾸렸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원래 김치·가정간편식(HMR)·침구를 모두 리테일팀에서 담당했는데 김치 사업이 커지면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팀을 분리했다"고 말했다.



배추·소금값 무서워…포장김치 대안으로


포장김치가 잘 팔리는 이유는 매년 재료 준비와 만드는 과정에 어려움을 느끼며 김장을 꺼리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올해는 재룟값까지 오르면서 김장 대신 김치를 사 먹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2일 기준 배추 한 포기 소매가는 6,739원으로 평년(6,086원)보다 10.7% 올랐다. 부재료는 더 올랐는데 굵은소금(5kg)은 1만3,389원으로 평년(8,251원) 대비 62.3% 폭등했다. 올해 집중 호우, 태풍 등으로 소금 생산량이 줄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가정에 소금을 미리 챙겨두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가격이 뛴 것이다. 생강(1kg)은 1만8,199원으로 1년 전(8,793원)보다 107%, 고춧가루(1kg)는 3만5,986원으로 1년 전(3만1,384원)보다 14.7% 올랐다. 반면 포장김치의 경우 3만 원 안팎에 배추 한 포기(3kg) 분량을 구매할 수 있다. 포장김치는 지난해 9, 10월 9~11% 줄인상된 이후 올해 추가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눈에 띄는 점은 재룟값 인상 여파로 포장김치 구매 연령대가 60대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GS숍의 경우 올해 김치 구매 고객 연령대가 50, 60대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S숍 관계자는 "김장을 많이 하던 50, 60대가 김치를 사 먹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김장하는 집이 줄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1, 2인 가구가 늘고 소비자가 묵은 김치보다 새 김치를 선호하는 점도 포장김치의 수요가 늘어난 배경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20대 자취생부터 살림 베테랑인 60대까지 구매 연령대가 확장되면서 연령대별 상황별 맞춤형 김치를 선보이는 등 개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올해는 미리 챙겨둔 김치가 떨어지고 김장철이 다 돼가는 11월 초부터 업계에 '김치 대전'이 열릴 듯하다"고 내다봤다.

이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