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최선임 대법관)에게 배당되는 새로운 사건의 양을 줄이기로 했다. 다만 배당 건수는 상황에 따라 달리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은 '대법원 사건 배당에 관한 내규'를 개정해 안 권한대행에게 배당되는 신건의 양을 축소하기로 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기존에 정해둔 배당 조정량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두는 데 있다. 현재 대법원 사건 배당 내규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하는 대법관은 접수일 기준으로 선거일 전 40일부터 선거일까지 주심 배당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등의 특례 조항을 두고 있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권한대행이 맡지 않는 사건은 다른 대법관들에게 자동 배당되나, 이미 주심으로 심리하고 있는 사건을 재배당하지는 않는다. 안 권한대행이 현재 주심인 사건은 300여 건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내부 규정 개정이라 대법관 회의를 거칠 필요가 없는 사안이었고, 대법관들의 의견이 수렴된 것으로 안다"며 "사건 배당이 지금보다 탄력적으로 운영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새 사건 배당 조정은 안 권한대행의 업무 부담 때문이다. 안 권한대행이 권한대행으로서 각종 사무를 처리하면서도 재판까지 치르기는 부담이 크다는 게 법원 안팎의 중론이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도 10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권한대행이 (서류) 결재랄까 (재판에) 집중하기가 좀 어렵다"며 "중앙선관위원장(절반)보다는 훨씬 많이 배당을 감축하는 쪽으로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방법으로도 재판 지연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는 건 아니다. 이미 300여 건을 심리하고 있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안 권한대행이 소부 합의에는 그대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들은 어려운 사건의 경우엔 주심이 아니더라도 합의를 위해 주심 사건에 준하게 (꼼꼼히) 본다"며 "소부 재판에는 여전히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대법원장 장기 공백 사태로 인한 난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다. △대법원장 없이 전원합의체 선고 여부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후임 대법관 임명 제청 관여 여부 등이 조만간 열릴 대법관 회의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