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조5,000억 원대의 루마니아 원자력 발전소 설비 교체 사업 계약을 사실상 따냈다. 루마니아는 1996년부터 가동한 중수로 원전을 애초 계획보다 30년 더 운영하기 위해 관련 설비를 대대적으로 바꿀 계획인데 한수원은 전체 시공과 방사성 폐기물 보관 시설 등의 건설을 맡기로 했다. 한수원이 해외에서 원전 계속 운전을 위한 설비 교체 사업을 따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수원은 12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의 루마니아 원자력공사(SNN)에서 캐나다 캔두 에너지, 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리어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 개선 사업 공동 수행을 위한 컨소시엄 협약을 체결했다.
이 원전은 월성 2, 3, 4호기와 같은 700메가와트(MW)급 캐나다형 중수로(CANDU-6) 노형으로 운영 허가 기간이 30년이다. 1996년 상업 운전을 시작해 2026년 말 1차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된다. 루마니아는 추가로 30년을 운전하기 위해 2027년부터 압력관 및 터빈·발전기 구성품 교체 등 대규모 설비 개선에 나선다.
이번 컨소시엄에서 캔두와 안살도는 각각 원자로 계통과 터빈 발전기 계통의 설계와 기자재 구매를 맡는다. 캔두와 안살도는 체르나보다 1호기 건설 때 각각 원자로 계통, 터빈 발전기 계통을 설계했다. 한수원은 전체 시공과 20개 시설의 건설을 담당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압력관과 내환경 검증 안전 등급 케이블 교체, 증기발생기 1차 습분 분리기 개선 등 약 190개 항목을 챙긴다"고 말했다. 이어 "1호 건설에 참여하지 않았던 한수원이 설비 교체 사업을 함께 맡은 건 루마니아가 우리 기술과 시공 능력, 합리적 가격을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수원은 2009년 월성 1호기 계속 운전을 위해 약 7,000억 원을 들여 주요 설비를 개조했다. 경수로 노형의 원자로에 해당하는 압력관, 터빈과 발전기 구성품, 제어용 전산기 등을 새것으로 바꿨다. 월성 1호기와 같은 700MW급 중수로형 원전 압력관 교체에 평균 41개월이 걸리지만 당시 한수원은 27개월 만인 2011년에 끝냈다. 올해 6월에는 1,100억 원 규모의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 사업을 따내며 루마니아와 신뢰를 쌓았다.
한수원은 캔두, 안살도와 본격적으로 사업 제안서 준비 작업에 착수해 SNN과 계약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2024년 상반기 SNN과 계약을 맺으면 2027년 1월부터 32개월 동안 교체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컨소시엄 참여사별로 각자 역할에 대한 사업비를 산정 중인데 한수원의 사업 참여와 사업비 비율은 40% 안팎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체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약 1조 원을 벌어오는 셈이다.
이번 사업에 국내 원전 관계사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삼성물산을 비롯해 국내 원자력 중소‧중견 기업들도 사업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