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현 "전종서, 무섭지 않아…독보적 배우" [인터뷰]

입력
2023.10.12 15:42
이충현 감독, '발레리나' 관련 인터뷰 진행
연인 전종서 연기 회상 "현장에서 선물 받는 듯한 느낌"

배우 전종서는 뾰로통한 표정, 작품 속 냉담한 모습으로 시크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오곤 했다. 그러나 이충현 감독은 전종서가 사실 시크함과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배우로서의 그가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며 깊은 신뢰를 내비쳤다.

이충현 감독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발레리나'는 경호원 출신 옥주(전종서)가 소중한 친구 민희(박유림)를 죽음으로 몰아간 최프로(김지훈)를 쫓으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감성 액션 복수극이다.

발레 공연 떠올리게 만드는 복수극

옥주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극 속에서 복수를 펼쳐나간다. 이 감독은 옥주가 복수하는 과정이 잔혹하면서 아름답게 보이길 원했다. "촬영, 미술, 음악이나 영화적 요소, 스타일에 신경 썼다. 옥주라는 인물이 발레리나는 아니지만 '복수가 하나의 발레 공연처럼 보였으면' 했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옥주의 복수를 잔혹동화처럼 그려내고 싶었던 그는 영화에 담기는 공간들의 비주얼을 위해서도 큰 노력을 기울였고 작품을 본 이들에게 이국적이라는 평을 이끌어내게 됐다. 이 감독은 "대부분 서울에서 찍었다. 찾아보면 그런 (한국인지 외국인지 모르겠는) 공간이 있는데 미디어에서 노출이 잘 안 되는 듯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전했다.

'발레리나'가 더욱 시선을 모은 이유는 여성 중심의 서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민희를 대신해 복수에 나서는 옥주는 거침없고 강하다. 이 감독은 "고등학교 때부터 단편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도 주인공이 여성인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그 이유를 고민해 봤다는 그는 "여동생이 2명인데 그런 부분에서 영향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옥주 역으로도 남성을 고려하지 않았단다. 이 감독은 "전종서 배우 말고는 옥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옥주·민희의 관계

'발레리나'가 공개된 후 옥주와 민희의 관계에 대해 수많은 추측이 쏟아졌다. 두 사람이 진한 우정을 나눈 친구 사이일 뿐이라는 이야기부터 그 이상의 감정을 키워왔을 듯하다는 주장까지 다양했다. 이와 관련해 이 감독은 "'우정이다' 혹은 '퀴어다'라고 정의는 할 수 없는 듯하다. 관객분들이 느끼시는 게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만들 때도 '이런 해석이 있을 수 있는데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닌 듯하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옥주는 주로 대사보다 액션, 표정 등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이 감독은 "우리 영화의 특성상 대사보다 이미지나 표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옥주가) 참고 참다 터뜨리는 부분들이 중요할 듯했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를 많이 할 필요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옥주와 조사장(김무열)의 대립 장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옥주가 조사장의 이야기를 받아주지 않고 방아쇠를 당기지 않나. 그런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화염방사기는 옥주가 사용하는 무기 중 하나다. 이 감독은 "불이란 게 뜨겁지 않나. 주인공이 끝 부분에서 뜨거운 불을 뿜어내면 좋을 듯했다. 아지랑이 사이로 마지막 분노를 내뿜는 인물이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화형식처럼 장면을 연출했다"고 밝혔다.

배우 전종서와 사람 전종서

이 감독은 2021년부터 전종서와 공개 열애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전종서와 함께했던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서로 너무 잘 알지 않나. 말하지 않더라도 통하는 게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에 (작품과 관련해) 얘기할 기회도 많아서 좋았다"고 했다. 이 감독이 바라본 전종서는 생각했던 것 이상을 보여주는 배우다. "(전종서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너무나 천부적이다. 현장에서 선물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는 이 감독의 이야기에서는 깊은 신뢰가 느껴졌다.

이 감독은 인간 전종서의 모습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작품 때문에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종서가 시크하고 무서울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정말 반대되는 사람이다"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이 감독은 전종서가 로맨틱 코미디도 잘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감독 역시도 전종서와 다시 호흡을 맞출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전종서 배우와 또 작품을 함께하고 싶다. 연인 관계를 떠나 (전종서는) 독보적인 배우라고 생각한다"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충현 감독과 전종서의 호흡으로 탄생한 '발레리나'는 지난 6일 공개됐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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