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등 공공의료노조가 11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인력 충원, 의료 공공성 강화 등을 내세웠는데, 단계적으로 파업을 진행했던 과거와 달리 처음부터 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병원 필수 인력은 일터를 지켜 파업 첫날 큰 혼란은 없었지만, 장기간 이어질 경우 환자 불편이 우려된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는 11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파업을 선포했다. 이향춘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출정식에서 “전국 병원노동자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3년 6개월 동안 영혼을 갈아 넣으며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고 환자를 치료했다”며 “감염병이 지나간 뒤에는 공공병원 확대, 인력 충원을 기대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규탄했다.
노조는 △서울대어린이병원 병상 축소 금지 △중환자실 간호사 등 인력 충원 △실질임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 핵심은 고질적인 인력 부족 해소다. 윤태석 서울대병원분회장은 “10년 넘게 단 한 명의 인력도 충원되지 않은 부서가 있고, 한 병동은 간호사 40명 가운데 16명이 10개월 안에 그만두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출정식에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시보라매병원 간호사, 임상병리사, 의료기사 등 노조 소속 3,800여 명 중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의사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인력도 제외됐다. 당장 진료 차질이 크지는 않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환자 불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대병원 노조도 이날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 측은 “경북대병원은 2년 미만 신규 간호사의 퇴직률이 70%가 넘을 정도로 임금과 노동조건이 열악하다”며 “노동권 보장과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했다. 파업에는 노조 소속 2,400여 명 중 800여 명이 참여했다. 강원대병원, 충북대병원, 울산대병원 노조도 파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립대병원 연쇄 파업'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 업계도 파업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13일부터 20일까지 파업에 나선다. 당초 12일부터 파업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회사 측이 교섭을 제안하며 시작일을 늦췄다. 포스코 노조도 임금 협상 과정에서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해 파업 절차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