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이 KBO리그 타격경쟁의 불쏘시개로 작용하고 있다. 최다홈런과 최다안타 부문 선두주자들인 노시환(한화)과 김혜성(키움)이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최정(SSG)과 손아섭(NC)이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시즌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는 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최정은 지난 8일 NC전에서 시즌 29호 아치를 그리며 노시환(31홈런)과의 격차를 2개로 좁혔다. ‘홈런왕=노시환’으로 굳어졌던 분위기에 반전이 일어난 셈이다. 둘은 전반기에 나란히 19홈런을 치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지만 후반기 들어 격차가 벌어졌다. 최정이 8월과 지난달을 합쳐 6개의 홈런에 머무는 동안 노시환은 10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최정을 따돌렸다. 지난달 23일 대표팀 소집 당시 둘의 격차는 5개까지 벌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노시환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수확하는 동안 최정의 방망이가 폭발했다. 지난 6일 한화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3개를 몰아치며 노시환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노시환은 대표팀에서 복귀하자마자 9, 10일 NC를 상대로 연전에 나섰지만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현재까지는 여전히 노시환이 더 유리하다. 10일 현재 올 시즌 3경기만을 남겨둔 한화는 14~16일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롯데와 맞붙는다. 노시환으로서는 동기부여가 덜한 롯데 투수진과 맞대결을 펼치는 만큼 상대적으로 쉬운 승부를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정은 잔여 4경기 중 2경기에서 3위 경쟁자인 두산 투수진을 상대해야 한다. 시즌 막판까지 1경기 차로 3~5위가 뒤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해 남은 경기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 차례(2016· 2017·2021년)나 홈런왕에 올랐던 그의 관록과 노시환에 비해 1경기가 더 남아 있다는 이점이 ‘막판 뒤집기’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다안타 타이틀의 행방도 안갯속이다. 항저우 대회 전까지는 생애 첫 안타왕에 도전 중인 김혜성이 183개의 안타를 기록하며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지만,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손아섭이 18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최다안타 부문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김혜성이 10일 삼성전에서 4타수 2안타를 치며 다시 해당 부문 단독 1위로 복귀했지만,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손아섭이 조금 더 유리하다. 김혜성은 2경기만 남겨둔 반면 손아섭은 5경기나 남아 있다. 만약 손아섭이 올 시즌 최다안타 1위에 오르면 2012·2013·2017년에 이어 개인 통산 4번째 안타왕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