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무기 '성능 과장' 많고, 러·북 군사제휴도 제한적이다

입력
2023.10.16 04:30
24면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리포트입니다.

북한은 지난 8월 자칭 스텔스 경비함과 전략순항미사일을 선보였고, 9월에는 전술핵공격잠수함 등 해상 기반의 무기체계를 공개하였다. 10월에는 두 차례 실패한 정찰위성 발사 재개를 공언하고 있다. 이 무기들은 2021년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언급했던 ‘핵심 5대 과업’에 포함되었던 것들이다. 북한은 향후에도 이 무기들을 중심으로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과장한 신무기 개발능력

북한은 지난 5월 정찰위성 1차 발사 실패에 이어 8월에도 3단 로켓의 오류로 실패했다. 북한의 위성 능력은 발사체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2022년 12월 북한이 공개한 ‘시험품’ 위성의 분해능은 20m로 상업용으로 쓰기에도 효용성이 떨어진다. 한국 등 선진국 위성의 분해능은 0.5m 수준이다. 1차 발사 실패 이후 우리 군에 인양된 부품을 분석한 결과 한미는 ‘정찰위성으로서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더욱이 위성 운용 경험과 전문 인력이 없어 자료 송수신과 정보분석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북한 주장, 스텔스 함정도 그렇다. 8월 21일 김정은은 스텔스함으로 주장하는 ‘압록급 초계함’을 방문하여 ‘화살-2형’으로 추정되는 전략순항미사일 발사를 참관하였다. 그러나 이 함정은 구형 러시아 선박을 개조한 것으로, 우리 합참은 10년 전 건조된 것으로 분석했다. 스텔스 형상을 갖춤으로써 피탐 면적(RCS, Radar Cross Section)을 줄였으나, 북한은 스텔스 도료의 확보가 어려울 것이므로 관련 기능이 있을지 미지수다. 어뢰 발사관도 구형이고, 주포인 100㎜ 함포는 수동식이다. 마땅한 엄폐물도 없어 공격에 취약하다. 북한이 주장하는 스텔스 함정은 우리 해군에 위협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전략순항미사일도 사거리 100㎞를 간신히 넘는 수준으로 일반 순항미사일로 추정된다.

또 하나의 신형 무기체계로 북한은 9월 재래식 디젤엔진 잠수함을 개조해 만든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공개했다.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한 약 3,000톤급으로 소형 발사관 6개와 대형 발사관 4개 등 10개의 전술핵 미사일을 장착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잠수함은 기존 잠수함보다 선체를 늘렸으나, 폭은 그대로이다. 즉, 길이 대 폭 비율이 정상치인 9:1보다 확대되었다. 따라서 미사일 발사 시 충격파에 대한 내구성, 수중에서의 정숙성과 기동성 등이 매우 취약할 것으로 평가된다. 형체가 커진 만큼 배터리 또한 커지므로 수중에서의 소음이 상당할 것이다. 충전을 위해 자주 부상해야 하므로 은밀성이 뒤처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러·북 군사기술 협력도 제한적일 듯

최근 러·북 정상회담에서 신형 무기들의 기술협력에 관한 사항도 논의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틀 내에서도 군사기술 협력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상회담 기간 김정은의 동선을 분석하면 정찰위성, 잠수함 및 함정기술, 첨단 항공기 및 방공무기 등이 협력가능 예상 분야로 보인다.

먼저 거론되는 게 위성개발 분야다. 러·북 정상회담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개최되었고, 회담에 앞서 북한의 위성개발을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푸틴이 “그래서 우리가 이곳(우주기지)에 온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당장 시급한 것도 위성운반로켓 기술이다. 백두산 엔진이 러시아제 RD-250 엔진을 모방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천리마-1형’의 개발을 지원할 수 있다. 러시아 기술 인력들이 파견되어 이전 결함을 보완함과 아울러 고급 시험 장비를 제공할 수 있다. 발사체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고해상도 카메라, 위성운용 지원 등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둘째, 로미오급 잠수함의 개조나 구식 함정의 최신화를 기술적으로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은 태평양함대 기지에서 대지, 대함, 대잠 미사일을 장착한 샤포시니코프함에 승선해 함정을 둘러보았다. 이것은 북한 해군사령부를 현지 지도하면서 해군력을 강화할 구상을 밝힌 것과 그 궤를 같이한다. 특히 전술핵공격잠수함의 안정성과 정숙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잠수함 기술 지원은 필요하다. 고도의 기술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핵추진잠수함 개발이 단기간 내에 어렵다는 점을 깨닫고 전술핵공격잠수함을 중간목표로 내놓았을 수도 있다. 향후 러시아의 군사기술 지원하에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궁극적 목표로 두면서 기존 중형 잠수함을 개조해 나가는 ‘저비용 첨단화 전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 이전과 관련하여 해외 이전 사례가 없고, 미국의 강력한 대응을 예상하면 그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 평가이다. 북한이 첨단 군사기술을 이용하여 미국을 겨냥한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러시아가 돕는다면 미국의 대응도 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정찰위성 발사를 위한 기술인력 파견이나 위성 능력 향상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북한 해·공군력의 무기체계가 매우 낙후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구식 잠수함과 함정의 개조, 미그-29 수리 및 성능 개조, “반항공능력(방공망)” 등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은 러시아 방문 기간에 항공기 제작 공장과 공군기지, 태평양함대기지 등 여러 군사시설을 방문했다. 또한 김정은 방러 기간 동안 김광혁 공군사령관과 김명식 해군사령관이 동행한 것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북한의 향후 도발 전망과 우리의 대책은

김정은은 9월 핵무력 정책을 헌법에 명시했으며, “핵무기 생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핵타격 수단들의 다종화를 다군종에 실전배치하는 사업을 강력히 실행”할 것을 강조하였다. 즉, 기존 지상 기반의 탄도미사일과 더불어 해군 함정과 공군 항공기를 이용해 핵전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다양한 미사일 타격 수단들을 보완하고, 정찰위성과 해·공군력 강화를 위해 도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정찰위성 재발사 이전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북한이 10월에 재발사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일대일로 정상포럼(10월 17일)과 위성 발사 준비 상황, 기상 등을 고려하여 발사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다. 만약 정찰위성 발사가 성공하고, 위성운용능력이 향상된다면 타격능력과 더불어 감시정찰능력까지 보유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 안보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탄도미사일 대응을 넘어 북한의 우주능력에 대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일 우주정보자산 공유체계를 구축하여 감시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우주위협으로부터 우리 위성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술핵공격잠수함의 조기 전력화를 위해 함정이나 잠수함 도발이 예상되는 바, 이에 대한 대비책을 사전에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일 실시간 정보공유체계의 신속한 구축과 더불어 3국 연합 대잠수함훈련의 빈도와 강도를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러·북 군사협력 심화 관련 국제사회와 협력하에 제재 조치 및 대러 경고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러시아는 우리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지원할 경우,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하고 경고할 필요가 있다.

이성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랜드연구소 방문학자를 다녀왔다. 합참과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를 역임하고 합동참모대학장을 거쳐 합동군사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 '한국 안보외교정책의 이상과 현실'이 있으며 한미동맹·핵전략·항공우주전략이 주요 연구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