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그냥 워크(일), 워크, 워크 끝이 없었는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참여자 A씨)
"사실 맨 처음 병원 들어왔을 때는 몇 년만 버티고 나가자는 생각이었는데, 주 4일제를 하면서 더 오래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은 퇴사나 이직 생각 안 하거든요."(참여자 B씨)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까 환자 응대하는 것도 날카롭지 않게 되고, '뭐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하게 됐어요."(참여자 C씨)
의료계 최초로 주 4일 근무 실험을 한 세브란스병원 참여 간호사들이 행복도와 직업 만족도는 크게 오르고, 이직 의향은 감소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노동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추가 고용과 비용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지만, 높은 근무 강도 때문에 이직률이 높은 간호사들에게도 주 4일제가 효과를 보였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세브란스병원노조와 일하는시민연구소는 11일 '주 4일제 시범사업 연구결과 중간보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연세의료원 노사는 지난해 합의를 통해 올해 1월부터 신촌·강남세브란스병원 3개 병동에서 주 4일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각 병동에서 간호사 5명씩 총 15명이 참여했고, 하반기에는 다른 구성원 15명이 참여 중이다. 내년에는 병동 2개를 추가해 총 40명이 참여한다.
불규칙한 3교대제 근무와 고강도 업무 탓에 간호사 이직률(13.2%)은 전 산업 이직률(5.3%)에 비해 상당히 높다. 올해 보건의료노조 설문 결과, 최근 3개월 내 이직을 고려했다는 간호사는 넷 중 세 명(74.1%)꼴이었다. 세브란스병원도 3교대제 간호사 일평균 근무 시간은 10시간 안팎인 반면 휴게 시간은 10~15분뿐이고, 밤을 꼬박 새는 '나이트 근무'도 월평균 5일이었다. 병원 측도 간호직 근속연수를 높이기 위해 시범사업에 동의할 유인이 있었던 이유다.
상반기 시행 결과, 주 4일제 참여 간호사들의 행복도(100점 만점)는 참여 전후로 53점에서 71점으로, 일과 삶 균형은 37점에서 62점으로 각각 올랐다. 퇴근 후 체력 저하(17.4점 상승), 업무 스트레스(10.3점 상승), 업무 피로도(12.8점 상승) 문제도 긍정적 방향으로 개선됐다. 시범사업 평가는 시행 전인 지난해 12월과 시행 중인 올해 5월에 참여자와 대조군(미시행 병동)의 주관적 응답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직 의향과 일에 대한 부정적 감정도 줄었다. 참여자 중에 이직 의향이 있다는 비율은 시행 전후 7.4%포인트(17.4%→10.0%) 줄었다. '자주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느낀다'는 66.7점에서 41.7점, '내일 출근하기 싫다'도 73.9점에서 53.3점으로 대폭 줄었다. '의료·안전사고 위험성'은 72.8점에서 56.3점으로 줄고, '이용자 친절도'는 56.5점에서 62.5점으로 소폭 증가했다.
긍정적 효과가 확인됐지만, 전면 적용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병원 측의 추산에 따르면 전체 간호사 6,000명이 주 4일제를 하려면 연간 440억 원 안팎 재원이 소요된다. 안상훈 연세의료원 인재경영실장은 "주 4일제 시행에 따른 직·간접적 부담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고, 나아가 본실험이 정부 주도 시범사업으로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벨기에·아이슬란드 등 주 4일제 사례를 보면 이직률 감소로 실업급여 지출이 줄고 신규 인력 채용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