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형 건설사 중심으로 금융권의 부동산 브리지론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자 자체도 높지만 금융사가 각종 수수료를 더 많이 물리다 보니 결과적으로 금융비용이 법정 최고금리(20%) 수준을 크게 웃도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민간의 주택 공급 확대를 유도한다며 금융 지원책을 내놨는데도 정작 업계의 정책 체감도가 낮은 이유다.
10일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중소 건설사 A사는 최근 대형 금융사 계열사인 B종금사를 상대로 이자 외 부과한 수수료를 다시 돌려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지난해 2월 B사로부터 200억 원의 브리지론을 받았다. 만기 6개월에 금리는 연 7%였다. 올해 7월까지 만기를 총 3차례 연장했고 금리는 연 10%까지만 올랐다.
문제는 상한 없이 부과되는 각종 수수료였다. B사는 대출 초기 금융 자문 명목으로 3억 원의 수수료를 물리더니 만기를 연장할 때마다 수수료를 높였다. 2차 만기 연장 때 부과한 수수료는 40억 원에 달했다. A사가 대출받은 1년 5개월 동안 낸 총이자는 23억 원이지만 수수료는 이자보다 배 이상 높은 50억 원에 이른다. A사는 최근 한 시중은행에서 연 6% 수준의 본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받아 브리지론을 모두 상환했다.
브리지(bridge)론은 본 PF로 가기 위한 다리를 놓아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사업 초기 자금(땅 계약금 등)을 짧은 기간 빌려주는 대출을 일컫는다. 대출 리스크가 있다 보니 주로 2금융권이 취급하고 금리도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최근엔 주택 경기 불황을 이유로 금융사가 금리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물리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게 건설업계 설명이다. 이는 결국 금융사가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제한하는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A사 역시 7~10% 금리를 적용받았지만, 수수료를 반영하면 사실상 연 26% 이자를 낸 셈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브리지론은 만기가 짧고 더구나 본 PF로 전환되지 않으면 금융사가 떼일 수밖에 없는 초고위험 대출이라 높은 수수료를 물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의원은 "아무리 시장가라고 해도 이는 상식적·합리적이지 않다"며 "중소 건설사나 시행사 입장에선 금융사가 갑이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금융비용이 많아지면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주택시장 침체로 브리지론에서 본 PF 전환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정부의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정부는 본 PF 단계 때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대책을 내놨지만 브리지론 단계의 대책은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