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 송필호 협회장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채용 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고발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선 재해구호협회의 채용 비리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재해구호협회는 각종 재난 때 언론사 등 각 기관이 모금한 성금이나 후원금을 한데 모아 관리하는 기관이다. 재해구호법에 따라 설치된 협회의 관리ㆍ감독 의무는 행안부에 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최근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된 파일들을 공개했다. 해당 파일에는 김정희 사무총장의 육성이 담긴 구호협회의 또 다른 채용 비리와 법인카드 불법 사용, 문서 위조 등의 의혹이 담겼다. 특히 녹음파일에선 협회 사무총장이 △자신의 행동이 ‘채용 비리’가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점과 △개최하지도 않은 회의를 만들어 내 법인카드로 식사비와 회의비를 지급한 정황도 담겼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이 “재난에 대한 국민들의 안타까운 마음, 이타심의 발로가 성금이고 의연금인데, 이를 관리하는 협회가 비리 백화점 같다면 어떤 국민이 성금을 내겠느냐”며 “더 심각한 것은 행안부가 감사를 해야 하지만, 사무검사만 할 수 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하자, 이 장관은 “맞다”고 호응했다. 사무검사에선 관계자를 부르거나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 없고, 피검사 기관이 제출하는 자료로만 조사가 이뤄진다.
또 이 의원은 “감사를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고 사무총장 이하 관련자들에 대해 수사 의뢰, 사법 처리까지 해야 된다고 본다”며 행안부의 조치 사항을 오는 26일 종합감사 때까지 보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사무검사를 실시해서 시정할 것은 시정하게 하고,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바로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앞서 KBS는 협회 김정희 사무총장이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각 직무에 특정 이름을 콕 집은 뒤 “서류 심사 때 (이들에게) 94점, 92점 식으로 막 주고, 나머지는 아무리 잘난 놈이 들어와도 박하게 주라”고 지시하는 등의 채용 비리를 비롯해 △비판 기사에 ‘묻지 마’ 식 소송으로 성금 낭비 △공연ㆍ용역 몰아주고 성금으로 측근 챙기기 △짬짜미 구호품 납품 등의 의혹을 보도했다.
오후 국정감사에선 송필호 재해구호협회장이 증인으로 나서 협회 비리 의혹 관련 질의 답변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이해식 의원의 “관련 보도를 봤느냐”는 질문에 “직접 안 보고,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해당 보도가 국감장에서 한 번 더 재생됐다. 비판 언론에 대해 김 사무총장이 “(송필호) 회장님이 완전 일임했어. 회장님 입장에서는 딱 하나의 지침만 주고 돈을 얼마든지 써서라도 법무 소송 끝까지 갖고 가서 (비판 기사를 쓴 기자가) 다리 뻗고 못 자게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녹음 파일을 들은 뒤 해당 내용을 인정한 송 협회장은 “가짜 뉴스에 대해서는 내가 신문사 발행인이었기 때문에 그 폐해를 잘 알고 있다”며 “가짜 뉴스에 대한 소송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소송)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협회는 거의 자료를 안 냈고, 또 채용 비리 자료 요구에 대해서도 내지 않았다”며 “(과거에 자료를 요구한) 의원실과 의원 비서관에 대해 응징, 보복 계획까지 세우고, 관련 대책 문건까지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송 협회장은 이에 "그것에 대해선 자세히 모른다"면서도 "(채용 비리 관련) 녹취에 대해선 김 사무총장이 사람은 올바르고 성취감이 강한 사람이지만, 엄청나게 다변한 사람이다. 저에게도 다급하면 막 내뱉는데, 실제로 집행된 것은 제가 확인해보니 없다"며 "채용비리도 실제로 그 양반이 하라고는 했겠지만, 실제 그 자체는 부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 의원은 "국회 증인으로서 말씀하시는 거냐"고 확인했고, 송 협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의원실이 별도 제공한 ‘A의원 요구자료 대응 계획 보고’ 제하의 문서에 따르면 협회는 2021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A의원실 B비서관 응징 방법 강구’, ‘A의원실에 대한 언론으로 응징’ 등의 계획을 세웠다. 또 B의원을 통해 A의원의 국정감사 방어 내지는 무력화를 시도한 흔적도 보인다.
이해식 의원은 “(협회 비리 제보는) 공익 제보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조사 중인) 국민권익위원회와 함께 행안부 장관이 제보자를 보호하고 챙겨주실 것”을 요청했고, 이 장관은 “알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