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이태원 참사, 올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전부터 방재안전직(재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안전 업무 담당) 공무원 확충 필요성을 인지, 증원 계획을 수립하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각계의 충원, 증원 요구를 묵살하는 과정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지만, 그 후로도 여전히 방재안전 공무원 보강엔 소극적이라 방재안전직렬제도 붕괴 우려마저 제기된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지자체 방재안전직 공무원은 791명이다. 일반 행정직 및 기술직 전체 공무원(29만8,885명)의 0.25%다. 10년 전 재난 대응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며 방제안전직렬을 만든 취지가 무색해지는 수치다.
이는 정부가 앞서 수립한 방재안전직 확대 계획에 한참 못 미친다. 행안부는 2018년 483명에 불과한 지자체 방재안전직 공무원 수를 매년 200명씩 늘려 2024년까지 1,640명, 전체 지방공무원 규모 대비 0.5%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의 제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인력 규모는 목표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기초단체에도 방재안전직은 1, 2명이 전부여서 일반직원들이 안전업무를 보는 실정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인력 상황이 이태원ㆍ오송지하차도 참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5년 안전마스터 혁신플랜 △2019년 방재안전직 워크숍 △2020년 업무보고 △2023년 6월 국가안전시스템 종합대책 등 행안부의 관련 인력 증원 계획은 숱하게 있었다. 온라인 국민참여마당인 ‘온국민소통’에는 턱없이 부족한 방재안전직 확충을 위한 수십 건의 국민제안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행안부는 모두 불채택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량 또는 ‘권고중’ 이라는 게 이유였다. 대형 참사를 겪고도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지 않았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후 올해 6월에 각 지자체에 하달한 ‘지자체 조직관리 지침’를 통해 재난 특성에 맞게 재난안전 분야 구조화를 추진하되, ‘방재안전직 등 전문인력 확충 및 업무 특성에 부합하는 정원 책정’을 지시한 게 인력 증원 관련 유일한 문구다. 구체적인 목표 수치나, 목적 달성을 위한 대책은 없다. “중앙부처가 책임 면피용으로 한 줄 넣은 것”이란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임 의원은 “현재 재난안전 업무를 보고 있는 비전문가인 일반행정직 중 7,000~1만 명을 방재안전직 정원으로 전환(복수직화)하면 방재안전직렬 공무원을 늘릴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단순 권고가 아닌, 교부세ㆍ보조금 삭감 등의 페널티를 활용한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방재안전직 보강에 손을 놓고 있는 있는 사이 담당 공무원들은 하나 둘씩 떠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재직기간 5년 이하의 지방 퇴직공무원 2,969명 중 방재직은 32명(1.1%)에 이른다. 전체 방재직 비율(0.25%)을 고려하면 퇴직률이 4배 이상 높다. 처우는 초라하고, 사람은 적어 업무량은 많은데 사고가 나면 담당자에게만 떠넘기는 행태가 반복되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방재협회 관계자는 “2021년 신규 채용 방재안전직 105명 중 51명이 퇴직했다”며 “방재안전직렬제도 자체가 지금 붕괴 직전”이라고 호소했다.